[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뮤직비디오 제작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인기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 같은 스케일의 뮤직비디오가 유행이었다. 그러나 아이돌 그룹이 가요계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스토리텔링형 뮤직비디오보다 가수가 직접 출연한 군무 중심의 뮤직비디오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K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이같은 뮤직비디오는 수억~수십억 조회수를 기록하며 또다른 수입을 창출했다.

최근에는 아예 앨범에 수록된 전곡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물량공세가 새로운 유행으로 떠올랐다.

◇뉴진스처럼…민희진 어도어 이사와 손잡은 뷔, 앨범 5곡 뮤직비디오 모두 제작

그룹 방탄소년단의 마지막 솔로 주자로 나서는 뷔는 8일 발매하는 첫 솔로앨범 ‘레이오버’에서 보너스 트랙을 제외한 5곡의 뮤직비디오를 모두 제작한다. 지난 달 10일과 11일 선공개한

수록곡 ‘러브 미 어게인’과 ‘레이니 데이스’ 뮤직비디오는 공개 직후 유튜브 ‘인기 급상승 음악’ 1위에 올랐다.

이같은 제작방식은 뉴진스를 탄생시긴 어도어 민희진 총괄 프로듀서와 협업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뉴진스 역시 지난해 7월 22일 발표한 데뷔곡 ‘어텐션’을 비롯, ‘하이프 보이’, ‘쿠키’의 뮤직비디오를 차례대로 선보였다. ‘하이프 보이’의 뮤직비디오는 무려 4가지 버전으로 제작됐다.

파급력은 굉장했다.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 차트에서 ‘오엠지’, ‘디토’, ‘하이프 보이’ 세 곡으로 1월부터 3월까지 1~3위를 독식하며 롱런했고 데뷔 1년도 안 돼 ‘대세 걸그룹’이란 수식어를 얻었다.

뉴진스는 지난달 21일 발매한 두 번째 미니앨범 ‘겟 업’의 트리플 타이틀곡 ‘슈퍼 샤이’, ‘이티에이(ETA)’, ‘쿨 위드 미’ 포함, 수록곡 6곡 뮤직비디오를 모두 공개해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쿨 위드 유’에서는 배우 정호연과 양조위가 깜짝 출연한 가운데 그리스 신화 ‘프시케와 에로스’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한 편의 영화같은 뮤직비디오로 이목을 끌었다.

정식 앨범 한 달 전부터 순차적으로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면서 뉴진스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지속됐다. 덕분에 뉴진스는 국내 음원차트 점령은 물론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표곡보다는 앨범에 실린 전곡의 뮤직비디오로 제작함으로써 리스너들에게 앨범 전체의 곡들을 듣게 함과 동시에 단일 앨범으로 마치 복수의 앨범을 발매한 것과 같은 홍보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주 시청층 중년층을 노려라! ‘가황’ 나훈아도 전곡 뮤직비디오 제작

뮤직비디오의 주요 유통 플랫폼인 유튜브의 시청층이 1020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으로 폭넓어지면서 아이돌뿐만 아니라 ‘가황’ 나훈아 등 뮤직비디오에 공을 쏟는 아티스트의 범주도 넓어지고 있다.

2020년 신드롬을 일으켰던 곡 ‘테스형’에 이어 지난해 신곡 ‘맞짱’으로 판타지 무협 장르의 뮤직비디오를 보여준 나훈아는 지난달 발매한 신보 ‘새벽’의 수록곡 6곡의 모든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해당 뮤직비디오들은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오르며 젊은 층들에게도 화제를 모았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동방신기 유노윤호도 지난달 발매한 미니 3집 ‘리얼리티 쇼’ 수록곡 6곡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스토리텔링 형식의 쇼트 필름을 선보였다.

유노윤호는 “타이틀곡만 주목받고 앨범 전체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시간이 부족한 거 같아 아쉽더라. 영화와 뮤직비디오를 합친 쇼트 필름을 시도하면서 앨범 전체를 홍보하면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들려드릴 수 있지 않을까 했다”고 설명했다.

◇수십억대 제작비…빈익빈부익부 심화

그간 뮤직비디오는 고비용에 비해 무료로 유통되다 보니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한 홍보수단을 넘어 전세계 팬들에게 그룹의 세계관과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전곡 뮤직비디오까진 아니더라도 트랙비디오 형식으로 다채로운 그룹색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보여주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며 “다만 이 역시 제작비에 상한을 두지 않을 수 있는 대형 기획사들이라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막대한 자본을 기반으로 한 일부 대형 기획사들의 ‘쏠림 현상’이 심화된 K팝 시장에서 전곡 뮤직비디오 촬영 전략은 ‘배부른 소리’라는 시선도 있다.

한 중소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20년 전만 해도 1억이면 뮤직비디오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최소 5억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 전곡에 수십억이 들어가는 뮤직비디오 비용을 감당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특히 신인그룹이 그 비용을 앨범판매로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긴 불가능에 가깝다. 차라리 그 돈을 양질의 음악을 만드는데 쓰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기획사간의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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