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기자] 믿었던 선발은 일찍 강판했지만, 강한 잇몸이 3이닝을 깔끔하게 삭제했다. 하위타순부터 리드오프까지 이어지는 육상부는 7안타 6득점으로 공격 활로를 뚫었다. 한화의 7연승을 저지한 두산이 5연승 휘파람을 불며 5위 SSG를 2경기 차로 압박했다. 마침 13일부터 이틀간 잠실벌에서 SSG를 만난다. 기세를 잇는다면, 뒤집기도 불가능하지 않다.
두산은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홈경기를 7-3으로 이겼다. 리드오프로 나선 정수빈이 3루타 한 개를 포함해 3타수 3안타 2득점으로 첨병역할을 확실히 해냈다. 홈런을 추가했더라면 히트 포 사이클을 뽑아낼 만한 활약. 13일 ‘정수빈 주니어 아기수달(태명)’이 세상에 빛을 볼 예정이어서 정수빈의 방망이가 더 활기차게 돌았다.
8, 9번에 배치된 박계범과 조수행도 4안타 1타점 3득점을 책임졌다. 하위타순에서 물꼬를 트며 테이블세터 역할을 대신하니 베테랑 상위타선이 힘들이지 않고 점수를 뽑아냈다. 이날만큼은 질 수 없는 경기를 했다.
두산은 이날 경기를 시작으로 살얼음판 승부를 펼쳐야 한다. 6연승 휘파람을 불며 잠실벌에 입성한 한화를 넘으면 디펜딩챔피언 자존심을 회복하는 데 사력을 다하고 있는 SSG와 두 경기를 치른다. 주말에는 활화산 같은 타선을 과시 중인 KIA와 벼랑끝 3연전이 기다리고 있다. 광주원정 세 경기 성패에 따라 두산의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가 판가름날 수도 있는 중요한 상황.
두산 이승엽 감독은 “투수들이 버텨줘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잠수함 투수 최원준이 손가락 굳은살이 벗겨져 개점휴업 중이다. 13일 SSG전에 롱릴리프 자원인 박신지가 선발로 출격하는 이유다. 14일에는 최승용이 출격한다. 두 명의 외국인 투수와 오른손 에이스 곽빈이 KIA를 상대하는 일정이다. 주중 3연전에 불펜진을 총동원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때문에 이날 선발인 곽빈에게 이닝이터 역할을 기대했다. 6~7이닝 버텨주면 금상첨화. 그러나 곽빈은 투구 밸런스 난조로 4이닝 4안타 3실점하고 조기강판했다. 투구수가 98개여서 17일 등판을 고려하면 강판하는 게 맞다는 게 이 감독의 판단. 예기치 않게 불펜을 조기가동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5-3으로 다시 앞서가기 시작한 5회초. 먼저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최지강. 선두타자 채은성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씩씩하게 투구를 이어갔다. 최인호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는데, 김재호 글러브에 들어갔다 흘러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닉 윌리엄스를 다시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 더블플레이로 아웃카운트 2개를 솎아낸 최지강은 최재훈의 몸쪽을 파고든 속구가 되돌아오자 직접 잡아 1루에 토스, 무실점으로 이닝을 끝냈다.
6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최지강은 장진혁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고 ‘믿을맨’ 김명신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김명신은 공 6개로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아낸 뒤 7회초를 ‘순삭’하며 흐름을 잠갔다.
6회말 1사 후 우중간 3루타를 뽑아낸 정수빈이 김재호 타석 때 폭투로 홈을 밟아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8회초 김강률, 9회초 홍건희로 불펜진을 가동한 두산은 8-3으로 승리를 따내고 5연승 휘파람을 불었다.
이날 KT에 덜미를 잡힌 SSG를 2경기 차로 따라붙어 포스트시즌행 마지막 티켓 향방을 안갯속으로 몰아넣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가을 두산”이라는 말로 선수들의 집중력이 최고조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폭염에 지쳐있던 두산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