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상암=김용일기자] “우스갯소리지만 나 없어도 되지 않겠나.”

사타구니 부상 여파로 튀니지전에 결장, 벤치에서 동료를 응원한 축구대표팀 ‘캡틴’ 손흥민(토트넘)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축구대표팀은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끝난 튀니지와 A매치 평가전에서 4-0 대승했다.

‘히어로’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다. 그는 손흥민이 그간 대표팀에서 수행해온 2선 프리롤 구실을 맡았다. 중앙에서 뛰다가도 상대 파이브백이 견고하자 측면으로 옮겨 번뜩이는 탈압박으로 공격의 물꼬를 텄다.

기어코 후반 10분 자신이 만들어낸 프리킥 기회에서 키커로 나서 정교한 왼발 감아 차기로 선제골을 넣었고, 2분 뒤엔 문전 혼전 중 공을 따내 절묘한 왼발 슛으로 두 번째 골을 완성했다. 한국은 이후 코너킥 상황에서 김민재의 헤더가 상대 자책골로 연결됐고, 황의조까지 득점포에 가세하면서 웃었다.

손흥민은 후반 44분 교체로 물러난 이강인을 벤치에서 꼭 끌어안았다. 그는 “모든 선수를 다 안아주려고 한다. 강인이는 (A매치) 첫 골이지 않았느냐. 모든 선수가 첫 골을 넣는 순간을 꿈꿀텐데, 오늘 함께해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강인이가 더 많은 골을 넣어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그는 이날 결장한 것에 “감독께서 조절을 해주려고 한 것 같다. 사실 경기장 밖에서 초조하고 긴장이 더 되더라”며 “강인이가 잘 대처를 해줘서 더 고맙다”고 했다. 또 “모든 선수들이 너무나 잘 해줬다. 뿌듯하다. 선수들이 소집해서 잘 준비했는데 그걸 보여준 것 같다”며 “우스갯소리지만 나 없어도 되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손흥민은 “모든 선수가 스스로 경기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으로 더 잘 준비하면 좋을 것 같다”며 자기 없이 오늘 대승을 거둔 것에 의미를 뒀다.

끝으로 17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베트남과 이달 A매치 두 번째 평가전 출전 여부에 관련해서는 “내가 다른 건 욕심 없는 데 경기 욕심은 많다”며 “지켜봐야하나, 출전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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