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서구=강예진기자] “장남보다는 막둥이겠죠.”

형제 V리그가 또 탄생했다. 한양대 아포짓 스파이커 이현진은 30일 서울시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열린 한국배구연맹(KOVO) 2023~2024 V리그 남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호명됐다.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이 수련선수로 이현진을 지명하면서 쌍둥이 형인 이현승(현대캐피탈)과 함께 프로에서 뛸 기회를 얻었다.

드래프트 후 만난 이현진은 “마지막까지 가슴 졸였다. 마지막에 불린 사람이 나라는 것에 다른 동료에게 미안함과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감사함이 가장 크다”고 이야기했다.

쌍둥이 형인 이현승은 지난시즌 1라운드 2순위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다. 드래프트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이현승은 이현진에게 수많은 메시지를 보냈다. 이현진이 이름이 불리지 않자, 형으로서 걱정되는 마음이 컸다.

이현진은 “(현승이에게) 드래프트 내내 메시지, 전화가 왔다. 못받는 줄 알면서도 전화가 오더라. 지금도 울리는 것 같다”고 웃으며 “내가 불리지 않은 중간 중간에 ‘괜찮다’고 계속 메시지가 왔다. 늦으면 늦는대로 버텨서 증명하면 된다고 다독여줬다”고 밝혔다.

형제가 V리그 무대를 밟게 된다. 공교롭게도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는 V리그의 대표적인 라이벌이다. 두 팀의 매치는 ‘V클래식매치’로 칭하고 있다. 부모님이 어느 팀을 응원할 것 같냐는 물음에 이현진은 “그래도 장남보다는 막둥이가 우선이지 않을까 싶다. 현승이 프로 경기가 있고, 나의 대학 경기가 겹칠 때 항상 내 경기를 보러 왔다. 그래서 현승이가 자기 경기는 왜 보러오지 않냐고 짜증도 냈다”고 장난스레 이야기했다.

장점을 어필해달라는 부탁에는 “아포짓인데 왼손잡이라는 장점이 있다. 신장이 크진 않지만, 배구 센스와 중요한 순간 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도 갖췄다”고 하면서 “롤모델은 V리그에 있는 모든 아포짓 선수들이다. 포지션 특성상 그 자리에 외인을 기용하는데, 국내 선수가 그 자리에 뛴다는 건 굉장한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제는 ‘생존의 시간’이다. 이현진은 “수련선수라 선수 등록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 기간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대학교 때와 다르게 프로는 더 체계적이다. 부족했던 걸 다시 다듬을 기회다. 마지막 선수였던 만큼 올라갈 일만 남았다. 그 본보기가 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kk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