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이선균과 유아인, 올 한해 마약으로 전 국민을 떠들썩하게 한 두 배우다. 누구나가 좋아할 법한 ‘좋은 어른’ 이미지의 이선균과 ‘청춘의 아이콘’이었던 유아인 모두 국내 미디어 산업 내에서 주인공을 도맡아 하는 최정상급 배우다.

두 배우가 출연한 작품 제작비만 도합 90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900억원의 작품이 묶여버린 셈이다. 단 두개의 마약 사건이 영화 산업 근간을 흔들 정도의 강력한 영향력을 끼친 것이다.

마약과 연루된 두 배우의 면면을 보면 마치 7개월 만에 평행이론을 보는 듯 하지만, 자세히 보면 닮은 듯 다른 점도 많다. 키워드로 두 배우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짚어봤다.

◇식품의약품안천처 VS 유흥업소 실장

마약 수사는 대체로 제보에 의존한다. 마약 투약 현장을 덮치는 사례는 많지 않다. 누군가의 제보로 마약 투약 제보를 받은 뒤 마약 사범을 체포한다. 마약사범이 1명 잡히면 줄줄이 엮이는 사례가 많다.

검경은 마약사범이 타인의 마약범죄를 진술하면 감형해주거나 형벌을 감면받을 수 있는 ‘리니언시’ 혹은 ‘플리바게닝’ 제도를 적극 활용한다. 이를 통해 다른 마약사범을 용의선상에 올리고, 공급책까지 잡아낸다.

그런 측면에서 유아인은 다소 독특한 방식으로 수사가 시작됐다. 유아인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서 이상징후를 보인 51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당초 식약처가 경찰에 의뢰한 인물은 엄홍식이었다. 식약처는 해당 인물이 유아인인 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아인은 2021년 1월 4일부터 12월 23일경까지 약 1년간 무려 73차례나 투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선균은 비교적 일반적이다. 인천경찰청 마약수사계가 강남 모처 G업소에서 마약을 투약한다는 첩보를 받았고 이를 수사하던 중 실장 A를 검거했다. 이 과정에서 동범의 이름으로 이선균이 거론됐다. 경찰은 이선균의 혐의가 분명하다고 확신하고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인천국제공항 VS 인천논현경찰서

마약 사범은 대체로 두 번의 조사 과정을 거친다. 첫 소환에서는 마약 시약 검사를, 두 번째는 정식 조사다. 마약 시약 검사는 모발 및 체모를 채취하고 간이 시약 키트를 이용한 소변 검사를 실행한다. 대체로 1시간 내외로 짧게 끝나는 편이다.

채취한 모발과 체모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제출, 정밀 검사를 진행한다. 2주 이상 걸리는 검사를 통해 1년 사이에 있었던 마약 투약 여부, 횟수, 정도, 종류를 확인한다.

유아인은 간이 시약 검사를 위해 경찰에 소환되지는 않았다. 지인과 미국 여행을 마치고 지난 2월 5일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했을 때 경찰에 붙잡혔기 때문이다. 경찰은 입국과 동시에 마약 검사를 집행했고, 출국금지도 내렸다. 당시 채취한 체모와 모발을 받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제출했다. 그리고 대마 양성반응이 나왔다.

이선균은 당초 예정된 시간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지난 28일 오후 4시30분쯤 인천논현경찰서에 도착했다. 당시 약 3시간 이상 조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약 1시간 20분이 지난 5시 55분이 조금 넘어 조사를 마쳤다. 이선균은 포렌식 조사를 위해 휴대전화를 제출한 것을 포함해 경찰이 요구한 검사에 협조적으로 응했다고 밝혔다.

◇‘노쇼’ + 12시간 VS 11월 4일

대체로 정식조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정밀 검사가 나오기 전 진술 확보를 받기 위함이다. 사실상 첫 소환 조사에서 강도 높은 조사를 받는다. 때론 10시간이 넘기도 한다.

유아인은 연예인 사상 최초로 예정된 수사를 ‘노쇼’했다. 당초 3월 24일 소환 예정이었다. 유아인은 비공식 소환을 요구했지만 취재진에 소환일이 밝혀지자 경찰서 근처까지 왔다가 조사에 불응했다. 이후 27일 오전 9시 27분께 기습 출석했다. 무려 12시간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그는 초췌한 얼굴로 취재진 앞에서 사죄의 말을 전했다.

이선균은 11월 4일 오후 1시께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일은 경찰과 이선균 변호인이 협의해서 결정된 날이다. 유아인이 노쇼 사건으로 언론과 대중의 뭇매를 맞았기에 아무리 취재진이 많아도 노쇼를 벌일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이선균 역시 첫 날 조사에서 꽤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650억 + 김성철 VS 290억 + 조진웅?

이선균과 유아인 모두 국내 최정상급 배우라는 점에서 쌓아놓은 작품이 많다. 유아인은 세 편이고, 이선균은 두 편이다. 두 배우 모두 촬영 직전에 마약과 연루돼 하차한 작품이 있다.

유아인은 넷플릭스 영화 ‘승부’, ‘종말의 바보’, ‘하이파이브’다. ‘승부’가 약 150억원, ‘종말의 바보’가 약 300억원, ‘하이파이브’가 약 2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넷플릭스 ‘지옥’ 시즌2는 촬영 직전에 마약과 연루된 것이 알려졌고, 배우 김성철로 교체됐다.

이선균은 영화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와 ‘행복의 나라’다. ‘탈출’은 약 200억원, ‘행복의 나라’는 약 90억원으로 추정된다. 당초 출연하기로 했던 드라마 ‘노 웨이 아웃’은 하차를 결정했다. 이선균의 빈 자리를 메울 배우로 조진웅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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