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드러난 금액만 보면 대만족이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10구단 모두 산업화로 향하는 굵직한 발자국을 찍은 것 같았다. 그만큼 계약 규모가 컸다. 2019년 2월 통신·포털 컨소시엄과 5년간 총 1100억원(평균 220억원) 유무선(뉴미디어)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던 KBO다.

1년 후에도 경사였다. KBO는 2020년 2월 지상파 3사(KBS, MBC, SBS)와 4년간 총 2160억원(평균 540억원) TV 중계방송권 계약을 맺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TV 중계방송권과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 금액의 합이 연평균 76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연평균 80억원인 신한은행과 타이틀 스폰서 계약까지 더하면 840억원. KBO와 10구단이 매년 840억원의 고정 수입을 나눠 가졌다.

흑자 전환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레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특급 선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악화되는 구단 재정을 고려하면 특히 그랬다. 꾸준히 중계권료가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다른 프로 리그는 넘볼 수 없는 규모를 이뤘다.

하지만 금액이 전부는 아니다. 2019년 2월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 과정에서 KBO와 10구단은 큰 실수를 범했다. 통신·포털 컨소시엄과 계약을 맺으며 포털 사업자가 요구한 중계 화면 송출 제한을 수락했다. 스마트폰 시대에 모두가 이용하는 유튜브와 SNS에 중계 영상이 사라졌다. 포털 사이트가 아니면 온라인에서 경기 하이라이트를 비롯한 중계 영상을 볼 방법이 없다.

해외 프로 스포츠의 경우 하이라이트 영상이 1분 내로 온라인에 퍼진다. 메이저리그(MLB)는 스타 선수의 홈런 영상을 빠르게 온라인 채널에 뿌린다. 미국프로농구(NBA) 또한 사실상 생중계 수준으로 중계 영상이 퍼져 나간다. 유튜브와 SNS를 TV나 온라인 생중계로 유도하는 ‘마중물’로 활용한다.

KBO는 이를 허무하게 놓쳤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야구팬이 될 수 있는 10대는 물론, 주 소비층인 20, 30, 40대 팬 유입을 스스로 차단해버렸다. 눈앞에 몇십억에 눈이 팔려 5년을 날렸다. MLB에서 활약하는 김하성의 홈런과 호수비 영상이 유튜브와 SNS에 넘쳐나는데 정작 KBO리그 영상은 자취를 감췄다. 포털 사이트가 아니면, 온라인으로 한국에서 열리는 한국 선수들 영상을 볼 수 없다.

이는 계약을 맺은 10구단에도 자충수가 됐다. 2019년 2월 뉴미디어 계약 이전까지 부지런히 올렸던 경기 모습을 담을 영상을 더는 제작할 수 없었다. 팬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더그아웃 직캠도 카메라를 벤치에 고정한 채 촬영해야 했다. 끝내기 안타를 치고 선수들이 환호해도 끝내기 안타 모습을 담을 수 없다. 유튜브를 통해 구단 콘텐츠 제작에 열을 올리던 흐름이 뚝 끊겼다. 2019년 2월 계약 후 2021년까지 3년 동안 그랬다.

이후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포털 사업자의 승인을 받아 구단 콘텐츠 제작 제약이 완화했다. 계약 마지막 해인 올해에는 상당 부분 개선되기도 했다. 경기 영상을 모두 담을 수는 없어도 카메라가 어느 정도는 그라운드 모습을 담는다. 그래도 온라인 접근성에 있어 KBO리그가 해외 유명 프로리그보다 크게 떨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KBO도 이를 실수로 인정했다. 그래서 내년 1월에 체결할 뉴미디어 계약에서는 유튜브와 SNS에 경기 영상을 담는 규정을 넣을 계획이다. KBO 관계자는 “5년 동안 너무 뒤처졌다. 뉴미디어 사업자로 어느 업체가 선정될지는 모르지만 이 부분을 두고 적극적으로 협상할 것이다. 우리가 협상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사업자 입찰일은 2024년 1월 3일이다. 기존 포털 사업자와 OTT 업체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어느 곳이 선정돼도 경기 중계 영상은 열어둔다는 게 KBO의 입장이다. 더불어 경기 영상을 활용하는 대상자의 범위도 고민하고 있다. NBA의 경우 경기 영상이 모두에게 열려있다. 누구든 NBA 중계 영상을 편집해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MLB는 영상 유포는 자유롭지만 편집은 제한된다.

한편 KBO는 야구팬들의 또 다른 관심사인 OTT 업체 선정에 따른 뉴미디어 중계 유료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KBO 관계자는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야구 생중계 접근성을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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