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10년을 달려온 시간. 어느새 그는 베테랑 지도자가 됐다.
남기일 전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은 K리그에서 ‘롱런’한 지도자로 유명하다. 2013년 광주FC 감독대행으로 시작해 성남FC(2018~2019), 제주(2020~2023)년까지 거의 쉬지 않고 일했기 때문이다. 2017년8월 광주에서 나온 후로 휴식기가 있긴 했지만 4개월 만에 새 직장을 찾아 공백이 길지 않았다. 광주 감독대행에 오를 때 39세였던 그는 이제 49세가 됐다. 곧 ‘지천명’ 50세가 된다. 그의 40대는 온전히 ‘현장’에 있었다.
지난 9월 말 남 감독은 제주와 결별했다. 모처럼 다시 2개월 이상 쉬었다. 그사이 남 감독은 유럽에 다녀왔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바이에른 뮌헨과 우승 경쟁을 하는 바이엘 레버쿠젠에 ‘꽂힌’ 그는 독일에서 사비 알론소 감독의 전술을 집중적으로 관찰했다. 최근에는 일본에도 다녀오며 동아시아 축구의 흐름을 확인하기도 했다.
최근 본지와 만난 남 감독은 “레버쿠젠 경기를 보니 확실히 조직적이었다. 특히 공수 간격 유지가 눈에 띄었다. 막판까지도 30m 정도를 유지하면서 유기적으로 압박하고 공격하며 수비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명단을 보니 젊은 선수가 많더라. 20대 초반으로 경험이 많지 않지만 에너지가 넘치고 적극적인 선수들이 다른 결과를 만들었다. 현대 축구에서 나이는 크게 의미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나도 다시 감독이 되면 젊은 선수들을 더 많이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한때 그도 ‘전술가’였다. 약팀 광주를 공격적으로 이끌며 다채로운 전술을 구사해 승격했고, 최약체 팀에서 정조국이라는 득점왕을 배출하기도 했다. 전술, 전략적으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남 감독은 “초기에는 나도 아이디어가 많았다. 포메이션이나 공격 패턴, 수비 구축 등 여러 면에서 새로운 것들을 많이 시도했고 성과도 냈다. 하지만 너무 오래 하다 보니 더 이상 신선한 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자신도 알게 됐다. 10년을 안 쉬고 일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제주에서 나온 후로 이를 채우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확실히 유럽에 다녀오니 해보고 싶은 게 많이 생겼다”라며 웃었다.
남 감독의 다음 발걸음에 관심이 쏠린다. 그는 K리그 최고의 ‘승격 청부사’다. 광주, 성남, 제주에서 무려 세 번이나 승격을 이끌었다. 이 정도면 우연이 아니라 실력, 혹은 과학이다. ‘약은 약사에게, 승격은 남기일’에게 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남 감독은 “네 번째 승격 도전도 충분히 흥미롭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떤 팀을 맡아도 자신감은 있다. 다만 어느 정도 내가 팀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은 있는 팀이었으면 좋겠다. 노하우는 충분하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해보고 싶다. 성격상 쉬는 것보다는 어디에서든 일은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도 남 감독이 해보고 싶은 영역 중 하나다. 도전을 즐기는 그는 K리그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또 다른 무대에서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어 한다.
남 감독은 “쉽지 않겠지만 일본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지도자 일을 경험해보고 싶다. 아예 다른 문이 열리지 않겠나. 그래도 이 사람 저 사람도 소통해보니 더 흥미가 생겼다. 10년간 다양한 성공도 해봤고 실패도 경험했다. 꽤 오랜 시간 아닌가. 나도 베테랑 감독이 됐으니 다음 도전에서는 조금 더 여유를 갖고 넉넉한 마음으로 일해보고 싶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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