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도하=강예진 기자]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승부차기가 끝나기도 전에 스스로 물러났다.

사우디아라비아는 31일 오전 1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에듀케이션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에서 선제 득점을 하고도, 승부차기 끝 패했다.

만치니 감독은 탈락을 예상한 듯 승부차기가 끝나기도 전에 스스로 발걸음을 돌려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사우디는 모하마드 칸노가 첫 키커로 나섰다. 조현우가 왼쪽 방향을 읽었지만 막지 못했다. 한국은 손흥민이 깔끔하게 성공했다.

두 번째 키커로 나선 사우디의 사우드 압둘하미드와 한국의 김영권도 나란히 골망을 흔들었다. 세 번째 키커 사미 알나지의 슛은 조현우가 정확하게 막아냈다. 네 번째 키커 압둘라흐만 가리브의 슛마저 조현우가 막아내자 만치니 감독은 굳은 표정을 한 채 고개를 돌려 그라운드를 외면했다.

지난해 8월 전 세계 축구 감독 중 ‘최고 연봉’을 받고 사우디 지휘봉을 잡은 만치니 감독은 완성도 높은 전술로 사우디 축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대에 따라 포백과 스리백을 오가는 맞춤 전술로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임 후 야심차게 나선 첫 메이저 대회. 사우디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서 단 1골만 내주는 등 단단한 모습을 보였다. F조 3연승, 조 1위로 녹아웃 스테이지에 야심차게 돌입했지만, 방점을 찍지 못했다.

선제골 리드를 지켜내지 못하면서 16강의 문턱에서 짐을 싸야 했다. kk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