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블랙타운(호주)=장강훈 기자] “부상없이, 준비한 기량을 두루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제 머리가 아플 시간.”
취임 두 번째 시즌을 준비 중인 두산 이승엽 감독은 이미 시즌 구상을 시작했다. 호주 시드니 북부에 있는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베이스볼파크에서 2년째 스프링캠프를 치르는데 올해는 18일 훈련을 끝으로 일시 귀국한다. 20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21일 일본 미야자키로 이동해 실전중심의 두 번째 캠프를 치른다.
이 감독은 “호주 캠프는 꽤 만족스럽다. 선수들이 지난해보다 준비를 잘해와서 몇 차례 라이브 피칭과 두 차례 청백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기대를 갖게하는 시즌”이라며 “단순 근육통 등으로 하루이틀 쉰 선수는 있었지만, 부상자 없이 1차 캠프를 마무리한 점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두산도 베테랑이 많은 팀이다. 최선참 김재호(38)는 뒤늦게 계약한 탓에 호주 캠프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미야자키 캠프에 합류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호주에서는 양의지 김재환 양석환 허경민 정수빈 강승호등 주축들 모두 건강하게 시즌을 준비 중이다. 출산과 바자발급 문제 등으로 늦게 합류한 헨리 라모스도 17일 치른 청백전에서 3안타를 뽑아내는 등 빠르게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 감독은 “가장 신경쓴 부분은 유격수와 비어있는 외야 한 자리를 누구로 채우느냐였다. 유격수는 박준영이 우선순위에 있고, 외야는 조수행 김인태 김민혁 등이 경합 중이다. 박지훈도 유틸리티 자원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이유찬 박계범에 김대한 홍성호 등이 내야 백업과 외야 대타자원으로 1군에 포함될 수 있는지를 미야자키에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머리가 아프다. 일본으로 넘어가면 코치진이 더 책임감을 갖고 선수들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군 엔트리는 28명에 불과한데, 스프링캠프는 42명이 참여했다. 투수 13명 포수 3명으로 엔트리를 꾸리면, 야수는 12명뿐이다. 베스트 나인은 꾸려졌고, 양의지 또는 김재환이 지명타자로 나서더라도 내외야에 남은 자리는 한두 곳에 불과하다.
이 감독이 언급한 선수들은 호주 캠프에서 실력을 어필한 터라 미야자키에서 치를 평가전 때도 중용될 전망이다. 이 감독은 “미야자키 2차 캠프가 끝나면, 몇명이 어쩔 수 없이 2군으로 내려가야하고, 시범경기를 마치면 또 몇 명이 고배를 마셔야한다. 선수들이 내 머리를 더 아프게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마운드 쪽도 윤곽은 나왔다. 재계약한 두 명의 외국인 투수에 곽빈까지는 선발 로테이션 확정이다. 사이드암 투수 최원준을 필두로 김동주 이영하 박신지 등이 선발자원으로 경쟁 중이다. 김민규 김유성 최준호 등에게도 기회는 열려다. 2군과 훈련 중인 김명신 김강률에 이병헌(왼손) 박정수(사이드암) 정철원 홍건희, 신인 김택연이 가세한 불펜진도 빈틈없다.
때문에 이 감독은 “시즌을 28명으로 완주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수많은 변수에 대응하려면 백업 선수들의 성장도 주축 선수의 부상 방지만큼 중요하다. 그래서 훈련이 필요하고, 평가전을 통해 훈련 성과를 검증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주에서 전력의 윤곽을 잡았다면, 미야자키에서는 디테일을 채우는 과정을 밟는다.
그 방점이 내달 3일 페이페이돔에서 열릴 소프트뱅크와 치르는 친선경기다. 양팀 모두 ‘컨디션이 허락하는 한’ 정예멤버로 경기할 예정이다. 이 감독은 “(김)재환이와 (양)의지도 출전하겠다고 한다. 컨디션을 봐야겠지만, 가용범위 내에서 최상의 멤버로 재미있게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기에서 그라운드를 밟는 선수는 시즌 중에도 팬에게 인사할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