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애리조나=윤세호 기자] 특급 유격수가 우승을 이끈다. 최근 메이저리그(ML) 흐름이 그렇다. 그래서 비싸다. 프리에이전트(FA)를 앞두고 유격수로 돌아온 샌디에이고 김하성(29)이 천재일우 기회를 잡았다.
비싼 이유가 있다. 일단 희귀하다. 수비 난이도가 가장 높은 유격수인데 공격까지 잘하는 선수는 극히 드물다. 그래서 신인 드래프트에서 공수주가 두루 뛰어난 유격수가 가장 먼저 지명받는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도 공수주를 모두 펼쳐 보이는 선수는 한정됐다. 그래서 수준급 유격수가 FA가 되면 기본적으로 1억 달러가 넘는 계약을 맺는다.
역대 메이저리그(ML) FA 계약 규모 순위만 봐도 그렇다. FA 계약 규모 최대 10위 중 4명이 유격수다. 유격수 FA 계약 기준으로 텍사스 코리 시거가 10년 3억2500만 달러로 1위. 필라델피아 트레이 터너는 11년 3억 달러로 2위다.
3위는 샌디에이고 젠더 보가츠의 11년 2억8000만 달러. 4위는 뉴욕 양키스 시절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10년 2억7500만 달러다. 2008시즌을 앞두고 맺은 계약이 여전히 역대 FA 계약 규모 10위 안에 자리했다. 당시도 지금도 만능 유격수의 가치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역대 유격수 최고 규모 계약은 프란시스코 린도어와 뉴욕 메츠의 10년 3억4100만 달러다.
흥미로운 것은 결과다. 지난 5년 동안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5팀 중 4팀에 특급 유격수가 있었다. 2023 우승팀 텍사스는 코리 시거, 2021년 우승팀 애틀랜타는 댄스비 스완슨, 2020년 우승팀 다저스의 유격수는 현재 텍사스에 있는 시거였다. 2019년 우승팀 워싱턴은 현재 필라델피아에서 뛰는 터너가 유격수를 맡았다. 보가츠는 2018년 우승팀 보스턴의 유격수였다.
2022년 우승팀 휴스턴도 당시 신인 유격수였던 제레미 페냐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페냐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면서 월드시리즈 MVP를 거머쥐었다. 시거는 2023년과 2020년 월드시리즈 MVP. 즉 팀이 월드시리즈 무대에 오르는 과정이나 최고 무대에서 경쟁하는 과정에서 특급 유격수가 별처럼 빛났다.
결과가 이렇게 나오니 당연히 비싸다. 2022년 내셔널리그 유격수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들었던 김하성이 FA 시즌에 유격수로 복귀한 것은 더할 나위 없는 기회다. 이미 유격수 수비를 증명했고 매년 타격지표가 상승한다. 도루 능력도 뛰어나다. 38도루로 지난해 리그 전체 도루 부문 6위에 올랐다.
타석에서 상승세를 올해도 유지하면 공수주에 두루 뛰어난 특급 유격수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만 30세 시즌에 FA 계약 첫해를 맞이해 가치도 높다. 2루수 김하성이 1억 달러 가치였다면 유격수 김하성의 가치는 2억 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
김하성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지난 17일 샌디에이고 마이크 쉴트 감독에게 유격수 복귀를 전달받고는 미소를 숨기지 않았다. 가장 익숙한 포지션에서 새 시즌을 맞이하는 설렘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2019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의 빛났던 류현진, 2013년 5툴 플레이어 외야수로 맹활약했던 추신수도 이루지 못한 코리안 빅리거 2억 달러의 벽을 김하성이 넘을지도 모른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