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광주=김동영 기자] “광주에서 우승 꿈꿨다.”
그야말로 극적이다. 37년 만에 광주에서 우승 축포가 터졌다. 이렇게 오랜만일 수 있나 싶을 정도다. 만원사례를 기록한 홈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따내며 KIA가 정상에 섰다.
KIA는 2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4 KBO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과 경기에서 1-5로 뒤지다 7-5로 역전승을 거뒀다. 대망의 우승이다.
시리즈 전적 4승1패 마무리다. 1987년 이후 37년 만에 홈에서 우승을 품었다. 챔피언스 필드에서 정상에 선 것은 또 처음이다. 시리즈를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이범호 감독과 선수들은 5차전에서 끝낼 것이라 했다. 딱 그대로 됐다.
31년 만에 호랑이와 사자의 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이번에도 호랑이가 웃었다. 애초 ‘체급차’가 있다고 했다. 물론 삼성도 홈런포를 앞세워 KIA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는 했다. 그래도 KIA가 더 강했다.
21일 1차전에서 0-1로 뒤진 6회초 경기가 멈췄다. 서스펜디드 게임. 23일 재개됐다. 타선이 힘을 내며 5-1 역전승을 따냈다. 2차전은 8-3으로 웃었다. 3차전은 2-4로 졌지만, 4차전 9-2로 승리하며 3승1패가 됐다. 그리고 홈에서 5차전을 챙기며 최종 승자가 됐다.
쉬운 경기는 아니었다. ‘대투수’ 양현종이 흔들렸다. 2.2이닝 3홈런 5실점이다. 대신 불펜이 강력했다. 김도현-곽도규가 6회까지 실점 없이 틀어막았다.
그사이 타선이 뒤집었다. 2-5로 뒤진 5회말 최형우 솔로포로 3-5가 됐다. 만루가 이어졌고, 밀어내기 볼넷과 폭투를 더해 5-5 동점까지 갔다.
6회말 끝내 뒤집었다. 소크라테스 우전 안타, 상대 폭투, 변우혁 볼넷 등을 통해 1사 1,3루가 됐다. 김태군이 유격수 좌측 내야 안타를 쳐 6-5를 만들었다. 챔피언스 필드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잡은 리드를 놓지 않았다. 장현식-이준영-전상현이 올라왔고, 마무리 정해영이 8회 2사 만루에서 등판해 위기를 넘겼다. 9회까지 막았다. 우승이다.
정해영의 아버지가 정회열 전 퓨처스 감독이다. 31년 전 우승 당시 포수였다. 역대 최초로 부자가 같은 팀에서 우승을 차지한 케이스가 됐다.
정해영은 “최초로 부자가 같은 팀에서 우승 아닌가.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근사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현실이 됐다.
마지막 우승이 확정된 순간, 모든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왔다. 홈팬들의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거의 다른 곳에서 기쁨을 누렸다. 이번에는 다르다. V12는 당당히 챔피언스 필드에서 일궜다.
스프링캠프 출발 하루를 앞두고 감독이 해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큰일났다’고 했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문제는 없었다. 정규시즌을 제패하더니 한국시리즈까지 품었다. 어느 때보다 화려한 피날레를 맞이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