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가장 큰 문제 하나가 해결됐다.
손흥민과 이강인의 갈등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 실패보다 더 아픈 사건이었다. 대표팀을 대표하는 두 스타가 다툰 사실이 온 세상에 공개되면서 상상 이상의 후폭풍이 찾아왔다. 정치, 사회로 파문이 확산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가 새로 꾸려지기 전부터 ‘무조건 국내 감독’ 기조가 세워진 것처럼 보였다.
설득력은 있다. 선수 간 분쟁을 해결하려면 기저에 깔린 정서와 분위기, 갈등 원인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선수단 내부에서 문제를 풀 수 없다면 팀을 이끄는 감독이 중재해 간극을 좁혀야 한다. 한국 문화를 아예 모르는 외국인 감독에게는 버거운 과제가 될 수 있다. 해외 정서에 따라 별다른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할 여지도 있다. 국내 감독으로 향하는 방향성에 무게를 실을 수 있다. 게다가 3월이면 대표팀은 월드컵 2차 예선을 시작한다.
이강인의 런던 방문과 손흥민의 통 큰 용서를 통해 두 사람의 관계는 회복했다. 이강인은 “짧은 생각과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손)흥민이 형을 비롯한 팀 전체와 팬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쳤다”라며 “깊이 뉘우치고 있다. 부족함이 많았다. 대표팀의 다른 선배, 동료에게도 연락해 사과했다. 배려와 존중이 부족했다는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손흥민은 “저도 어릴 때 실수도 많이 하고 안 좋은 모습을 보인 적도 있다. 그때마다 선배들의 조언과 가르침 덕에 지금의 자리에 있다. (이)강인이가 잘못된 행동을 다시 하지 않도록 모든 선수가 선배로서, 또 주장으로서 특별히 보살피겠다. 강인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달라. 대표팀 주장으로서 꼭 부탁드린다”라고 했다.
더불어 “편 가르기에 관한 내용은 사실 무관하다. 우리는 늘 한 팀으로 한 곳만 바라보려 노력했다”며 내분에 관한 루머를 일축했다.
손흥민의 확고한 리더십을 다시 한번 확인한 사건이기도 하다. 대표팀에는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많다. 당장 이강인도 세계적인 팀인 파리생제르맹 소속이다. 개성도, 색깔도 강한 선수들이 갈등을 빚을 수도 있지만, 손흥민에게 대항하면 엄청난 역풍에 직면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만큼 손흥민의 존재감이 절대적이라는 의미다.
이제 대표팀은손흥민을 구심점으로 3월 A매치를 시작한다. 새 감독은 경기 외적인 것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온전히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
후보를 굳이 국내 감독으로 제한할 이유가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능력있는 국내 감독이면 괜찮지만, 현재 거론되는 적합한 후보는 대부분 K리그에 적을 두고 있다. 무리수, 민폐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현재 많은 외국 감독이 한국 사령탑 자리에 관심을 보인다. 유럽파가 즐비한 한국은 분명 매력적인 팀이다. 연봉, 조건이 맞는 선에서도 충분히 능력 있는 지도자를 구할 수 있다. 가장 큰 명분, 위험 요소였던 선수들의 갈등이 봉합된 만큼 새 사령탑 후보를 오직 실력으로만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