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효실 기자] 배우 고현정이 연예계에 발을 디딘 지 35년 만에 시작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팬들과 특별한 소통의 시간을 보낸 감동을 전했다.
대중들에게 희로애락을 전하는 배우로 살아왔지만, 53세 자연인 고현정의 민낯을 드러낸 건 그에게 처음 있는 일.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을 오픈하자마자 구독자는 22만명을 넘어섰고, 그의 소소한 일상과 그 안에 담긴 마음들이 공감을 불렀다.
고현정은 19일 자신의 채널에 “안녕하세요. 고현정입니다. 주말 잘 보내고 계실까요? 저는 여러분께서 남겨주신 따뜻한 마음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계속 눈물이 나긴 하지만…ㅠㅠ 너무 행복한 주말을 보내고 있습니다”라며 인사했다.
이어 “이 감사한 마음을 꼭 전하고 싶은데 어떤 방법이 좋을지 계속 고민하다, 이곳에 이렇게 남기게 되었어요. 스쳐 지나갈 수도 있으셨을 텐데 멈춰서 댓글도 써주시고, 애써 써주신 그 글들에 저는 너무 큰 위로를 받고 ‘아 이런 게 누군가가 마음을 토닥거려 주는 기분인 걸까’ 생각이 들더라고요”라며 구독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다른 유튜버들처럼 구독자 애칭을 고민했는지 고현정은 “그래서 혹시… 여러분만 괜찮으시다면 제가 앞으로 여러분들을 ‘토다기’라고 불러도 괜찮을까요?”라고 귀여운 애칭을 공개해 웃음을 자아냈다. 고현정의 글에 5500여명의 ‘토다기’들이 댓글을 달며 호응했다.
지난 1989년 33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선으로 세상에 처음 등장해 1990년 가족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 그는 1995년 인생작 ‘모래시계’를 남기고 재벌그룹의 며느리로 인생 2막을 열었다. 그리고 꼭 10년 만인 2005년 드라마 ‘봄날’로 다시 대중 곁에 돌아왔다.
그 후 왕성한 작품활동을 해왔지만, 결혼과 이혼에 이르는 10년의 사생활은 그에게 ‘신비주의’와 ‘루머’를 남겼고, 배우로서의 역량과 별개로 인간 고현정을 향한 팬덤은 그 거리만큼 멀었다. 유튜브는 그의 복잡다단했던 인생을 조금은 설명하는 매개체가 돼줬다.
지난 18일 공개한 브이로그에서 고현정은 1995년 결혼 이후 신혼생활을 보낸 도쿄 니혼바시를 찾아 과거를 떠올렸다. 그는 “열아홉 고등학교 3학년 때 데뷔한 이래 처음으로 평범한 날들이 시작된 것이다. 아는 사람도, 아는 곳도, 갈 곳도 없기는 했지만 혼자 밖에서 뭘 한다는 것도 쑥스러워 어지간하면 남는 시간엔 집에 있곤 했다”라며 신혼의 날들을 회상했다.
그는 “함께이거나 아니거나, 난 혼자인 시간이 많았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물건을 사고, 도쿄에 와서야 많은 것을 혼자 해냈다. 둘이었지만 혼자였던 시간들을 견딜 용기가 필요했던 도쿄”라며 쉽지 않았던 신혼 3년을 담담하게 떠올렸다.
일본에 종종 와도 여행으로 와보지는 못했던 곳을 찾았지만, 20여년간 그곳 역시 세월의 흐름으로 사라지거나 바뀐 상황. 추억이 담긴 장소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걸 확인한 고현정은 우두커니 앉아 “내 머릿속의 기억은 점점 희미해져 가는데 그 희미한 걸 붙잡고 있는데, 이렇게 없어지니 지우개로 거기만 지운 것 같아요”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멈춰있던 나의 시간에 대한 배려를 바란 것은 욕심이었겠지”라는 글로 영상을 마쳤다. 마치 에세이나 일기 같은 브이로그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구독자들은 “딸아이를 둔 엄마로, 에필로그에 울컥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자녀분들께 그간 말해주지 못했던 엄마 아빠의 신혼 생활을, 엄마의 추억을 설명해주는 느낌이요” “시대가 변한 덕분에 언니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기회를 저희도 얻은 것 같아요. 하루를 조각보로 표현하다니 세상에 너무 아름다워...”라며 호응했다. gag1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