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대구=김동영 기자] “우타 거포가 필요했다.”

삼성 박진만 감독이 남긴 말이다. 박병호를 데려온 이유가 있다. 박병호도 오자마자 보여줬다. 첫 타석부터 심상치 않더니, 두 번째 타석에서는 기어이 넘겼다.

박병호는 2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키움전에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회말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아치를 그렸다.

팀이 1-8로 크게 뒤진 4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섰다. 상대는 키움 선발 헤이수스. 초구 스트라이크를 봤고, 2구와 3구는 볼을 골랐다. 카운트 2-1 유리한 상황.

4구째 시속 134㎞짜리 슬라이더가 가운데 낮게 들어왔다. 박병호의 스윙 궤적에 그대로 걸렸다. 제대로 맞았고, 타구는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비거리 120m짜리 대형 홈런이다.

2회말 살짝 조짐이 있었다. 1사 2루에서 박병호 타석이 왔다. 삼성 유니폼을 입고 첫 타석. 카운트 3-1 유리한 상황에서 5구째 체인지업을 밀어 쳤다. 큰 타구가 나왔다.

결과적으로 뜬공이다. 키움 우익수 주성원이 펜스 바로 앞에서 잡았다. 이후 두 번째 타석에서는 확실하게 담장을 넘겼다. 새로운 홈팬들에게 화끈한 신고식을 펼쳤다.

경기 전 박진만 감독은 “오른손 거포가 필요했다. 상대 팀이 계속 왼손 선발을 낸다. 이번주도 계속 왼손을 상대해야 한다. 우리가 좀 부족하다. 박병호가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라이온즈파크가 타자친화적인 구장이기에 박병호에게 유리한 면도 있다. 다른 구장에서 뜬공이 될 타구도 홈런이 되곤 한다. 박병호도 “라팍 효과를 나도 기대하고 싶다. 내 값어치는 장타에 있지 않나. 팀에 도움이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첫 경기부터 보여줬다. 시원하게 날렸다. 스코어 자체는 크게 뒤진 상황이었다. 승리를 이끄는 결정적인 한 방은 아니지만, 홈런 자체의 임팩트는 일품이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