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수호에게 MBN 주말드라마 ‘세자가 사라졌다’(연출 김진만, 극본 박철·김지수)는 ‘첫 사극’ 이상의 의미다.

인기 그룹 엑소로 활동하며 연기활동을 병행해온 그는 이 작품으로 ‘확신의 세자상’이란 애칭과 함께 30대 연기활동을 기분 좋게 출발했다.

지난 16일 종영한 ‘세자가 사라졌다’는 5.1%(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 이하 동일)의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막강한 경쟁작인 tvN ‘졸업’과 맞붙어 거둔 유의미한 기록이다. 세자 이건 역을 연기한 수호는 근래 나온 사극을 틈나는 대로 보고, 대본을 읽고 또 읽었다.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 ‘옷소매 붉은 끝동’(2021), ‘연인’(2023), KBS2 ‘고려거란전쟁’(2023~2024), 영화 ‘올빼미’(2022) 등 인기사극들을 보고 캐릭터를 연구했다.

수호는 “국본(國本)의 무게감을 가진 세자면서 때로 가볍고 따뜻한 평범한 사내의 균형을 맞추려고 했다”며 “아버지가 반정으로 왕위에 올랐기에 왕실에서 태어나지 않아 평민복도 입을 수 있는 자유로운 캐릭터라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준비 기간 동안 해외 공연이 있어서 비행기에서도 대사를 연습했어요. 100번 이상 대사를 읊고 여러 버전으로 연습하며 조금이라도 좋은 톤을 찾기 위해 노력했죠 1분 1초, 나노 단위도 놓치지 않고 몰입했어요.”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중장년층에게도 얼굴을 알렸다. 식당에서 반색하며 맞는 어르신 팬들을 만나기도 했다. 엑소 활동 때는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다.

“식당에 가면 ‘세자 아니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어머님, 아버님도 알아봐 줬으면 하는 마음에 도전했는데 감사한 일이죠. 갈 길은 멀죠. 입지를 다졌다기보다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겼죠.”

이건이 수호에게 ‘착붙’(‘착 달라붙는 것처럼 잘 어울리는’을 뜻하는 신조어) 캐릭터가 된 배경으로 김지수, 박철 작가의 대본에 공을 돌렸다.

수호는 “작가님들이 저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를 탐구하듯이 관찰하고 실제 말투를 캐릭터에 많이 반영했다”며 “엑소 멤버들과 찍은 리얼리티 예능에서 ‘나 술 잘 마시는 건데 안 마시는 거다’라는 말을 사극체로 바꿔 대본에 녹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세자빈 최명윤(홍예지 분)과 ‘로맨스’도 극 중 몰입감을 높인 요소 중 하나다. 농익은 느낌보단 풋풋하게 보이려 애썼다. 수호는 “세자의 첫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고민했다. 로맨스가 제일 어려운 연기인 거 같다”고 털어놓으며 “배경이 조선시대라 스킨십부터 손잡는 거까지 장소에 따라서 다르게 표현하려 했다”며 웃었다.

왕위에 오른 이건은 역모에 가담한 이들을 처단하고 이복동생 도성대군에게 권력을 양위한 뒤 궁궐을 떠났다. 왕으로서 역적의 딸과 혼인할 수 없어 내린 결단이다. 수호는 “사랑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도 했지만 결국 권력을 포기한 것”이라며 “모든 걸 다 안고 가는 이런 희생적인 모습에 놀랐다. 나는 그렇게까지 못했을 거 같다”고 말했다.

극중에서 세자지만 현실에서 그룹 엑소의 리더기도 한 그는 최근 논란이 된 엑소 멤버 첸백시(첸, 백현, 시우민) 사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세 멤버의 소속사 아이엔비100 측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SM과 갈등을 공개했다. 덕분에 올 연말 예정된 완전체 활동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기사로 내용을 접했어요. 매우 속상하고 팬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이에요. 내년에 세훈이와 카이가 전역해서 조금씩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죠. 음악으로 보답하는 게 엑소의 의무인데 장담할 수 없어 걱정스럽네요.”

연기활동은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예전에는 연기할 때 본명 ‘김준면’으로 활동했지만 다시 ‘엑소 수호’로 연기활동명을 정정한 것도 가수로서의 정체성도 잃지 않겠단 의지다.

“연기를 단 한 번도 도전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연기도 저에게는 솔로 앨범을 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 중 하나에요.”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