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스포츠서울’을 생각하면 홈런을 치는 야구선수의 스윙, 그 뒤에 담긴 영화 기사가 떠올라요. 오랜 친구 같죠.”(최민식)
길고 긴 겨울을 지낸 영화계에 ‘파묘’가 선물로 찾아왔다. 오컬트와 케이퍼 무비가 고루 섞인 이 영화는 한국 영화사에 새 기록을 남겼다. 역사의 중심에 선 배우가 최민식과 김고은이다.
최민식은 땅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넘치는 풍수사 김상덕을 그려냈고, 김고은은 데뷔 이래 가장 섹시했다는 호평이 나올 정도로 강렬한 이미지의 무당 화림을 만들었다. 두 배우는 ‘스포츠서울’ 창간 39주년을 맞아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스포츠서울’과 인연을 말하면서, ‘파묘’에 대한 추억을 되살렸다.
최민식은 “불혹을 앞둔 ‘스포츠서울’의 창간을 축하한다. 한국영화와 영화계에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김고은은 “제 작품 활동을 늘 유의미한 기사로 만들어준 ‘스포츠서울’과 유독 인연이 깊다. 원석 같은 콘텐츠와 배우를 발견해 내고 널리 알려주는 ‘스포츠서울’이 되길 바란다. 앞으로 발전과 번영을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35년차 배우 최민식 “팬들과 소통, 감사하고 즐거운 일”
데뷔 35년 차 베테랑 배우 최민식은 아직도 목마르다. 늘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갈증이 있다. 아직도 만나보지 못한 감정과 상황을 기다리면서 매일 대본을 펼쳐본다. 그 열망과 동력이 디즈니+ ‘카지노’(2023), 영화 ‘파묘’와 같은 걸작으로 완성됐다.
“제가 뛰어들어서 살고 싶은 이야기를 만나면 강한 동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세상이 이끄는 대로 정신없이 살았을 뿐인데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죠. ‘이야기의 힘’이 제가 치열하게 사는 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관객들과 만나는 무대인사에서 적극적으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팬들이 씌워주는 모자를 마다 않고 쓰고, 애정 가득한 선물을 양손 가득 받기도 했다. 강동원이 왔다고 장난치는 장면은 유튜브 조회수가 800만에 육박한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관객들과 직접 만나니까 흥분됐어요. 소통의 즐거움에 젖어 꽉 찬 객석을 보며 무척 행복했죠. 모자와 소품을 준비해 극장에 온 관객들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관객의 선물을 쓰는 건 당연하죠. 동원이랑 작년에 소주 한잔했었는데, 무대 인사 전에 생각났어요. 그래서 호명한 건데, 관객들이 좋아해 줘서 저도 즐거웠어요.”
최민식은 여전히 새로운 작품을 찾고 있다. 더 재밌고 강렬한 이야기를 만나기 위해 독서와 사색을 즐긴다.
“격정 멜로를 하고 싶긴 하지만, 쉽지 않을 것 같아서 포기하고 있어요. 사람들과 만나 얘기를 나눌 때는 제가 소탈하게 사는 것 같지만, 일할 때는 까칠한 면도 많아요. 아직도 접하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인간사, 그 속에서 꿈틀대는 인간의 욕망을 탐구하고 싶습니다 . 불러주세요.”
◇김고은 “아직도 칭찬은 쑥스럽고 부끄러워”
올 한해 영화 시상식은 김고은의 이름으로 뒤덮일 전망이다. ‘파묘’에서 보여준 강렬한 연기 덕에 대항마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살굿과 혼부르기 장면에서 보여준 모습은 실제 무당을 연상케 했고, 일본어로 오니(김병오 분)와 대치하는 장면은 종합예술이라 할 정도로 엄청난 아우라를 뽐냈다.
“현장에서 선배들의 에너지를 받아, 더 과감하게 연기한 게 좋은 평가로 이어졌어요. 아직도 칭찬은 쑥스럽고 부끄러울 때가 많아요. 연기를 업으로 삼고 있으니까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작품이 끝날 때마다 반성의 시간을 가져요. 그렇게 치열하다 보면 시간이 지나서 ‘내가 발전했구나’라는 걸 느끼기도 해요.”
영화 ‘은교’(2012)로 데뷔한 김고은은 tvN ‘도깨비’(2016), 영화 ‘차이나타운’(2015), tvN ‘작은 아씨들’(2022) 등에 출연하며 대중성과 평단의 호평을 모두 잡은 몇 안되는 배우다.
그 중에서도 ‘파묘’의 화림은 김고은에게 각별하다. 그는 “어설퍼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캐릭터 연구에 더 매진했다”며 “모든 캐릭터가 마음 한쪽에 남아있지만, 화림은 유독 더 애정이 간다”고 털어놓았다.
‘파묘’로 1000만 배우 반열에 오른 김고은은 이언희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촬영을 이미 마무리 지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은중과 상연’을 촬영 중이다.
“늘 책임감을 느끼면서 연기하고 있어요. ‘은교’로 신인상을 받았을 때 어떤 좌절과 시련이 있어도, 연기하겠다고 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연기를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