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10대 소녀 전유진은 차세대 트로트 퀸으로 꼽힌다. 이제 갓 17세인 그는 지난 2월 종영한 MBN ‘현역가왕’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하며 ‘가왕’ 자리를 꿰찼다.
이후 MBN ‘한일가왕전’, ‘한일톱텐쇼’에 연이어 출연하며 한일 양국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조회수 치트키로 불릴 정도로 부르는 노래마다 수백만 건 조회수를 기본으로 올리고 있다.
인기는 유튜브를 통해 예견됐다. MBC ‘편애중계’(2020)에 출연했을 때 부른 ‘훨훨훨’ 조회수는 2063만회를 넘어섰다. 솜털이 보송한 중학교 2학년 소녀가 맛깔나게 부른 트로트 가락에 누리꾼들이 응답했다.
“그전에는 가수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조회수가 너무 높아 좋은 것보다 두려움이 앞서기도 했죠. 영상이 차츰 알려지면서 가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가수가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노래를 따로 배운 적도 없다. 취미로 문화센터에서 민요를 배운 게 전부다. 트로트를 좋아하는 아버지가 틀어놓은 금잔디, 진성의 ‘트로트 메들리’를 들으며 ‘선행학습’을 한 게 도움이 됐다.
무대에 오르면 끼를 주체하지 못하는 재능은 타고났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지난겨울 일본 도쿄 시부야 거리에서 한 버스킹이 그랬다.
“낯선 곳에서 설레는 감정으로 노래를 불러서 재밌었어요. 한국 팬들 앞에서는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는데 일본 거리에서 분위기에 심취해서 부르니 도파민이 막 샘솟는 느낌이었어요.”
‘한일톱텐쇼’에서 일본 노래를 매주 커버해서 부르면서 제이팝에 관한 관심도 덩달아 커졌다. ‘한일가왕전’을 만든 크레아스튜디오가 일본 유력 방송사에 ‘일한가왕전’ 판권을 수출하고 편성까지 확정 지으면서 일본 진출 길도 열린 상태다.
전유진은 “트로트로 시작했지만, 제이팝까지 영역을 넓힐 수 있어서 좋다”며 “요즘은 다재다능해야 한다. 트로트를 기본으로 모든 걸 다 도전해 보려고 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다만 이런 자신감과 별개로 자신이 주목받는 상황에 대해 “아직은 감당이 안 된다. 버겁다”고 털어놨다. ‘현역가왕’에서 1등을 차지했을 때 ‘눈물’의 의미도 ‘부담감’이 컸다.
“솔직히 1등하고 싶지 않았어요. 언니들보다 덜 고생했다고 생각해서요. 가수로 살아온 세월도 길고, 간절함이 저와 다르다고 생각했거든요. 1등으로 호명된 순간,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까마득했었죠.”
선배 가수 린의 조언이 도움이 됐다. 전유진은 “살아가는 것에서부터 일상적인 것까지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며 “가수로서 목 관리나 컨디션 관리에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고등학생인 전유진은 경북 포항을 오가며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 한 달에 두 번 있는 경연 등을 제외하고는 평일엔 학교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우정을 쌓는다.
전유진은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할 수 있는 경험을 최대한 하려고 한다. 여기서 느끼는 행복이 크다”며 “오히려 방학이 되면 싫다. 노래만 하니까 지친다”고 웃어 보였다.
살아갈 날도, 활동할 날도 무궁무진한 그의 목표는 오랫동안 기억되는 가수다. 전유진은 “멋진 가수보다 좋은 영향을 펼치는 가수가 되고 싶다”며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70세가 넘은 남진 선생님이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노래하시는 모습에 많이 반성했어요. 멋진 가수 큰 가수도 좋겠지만 대중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그런 가수가 되고 싶어요.”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