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정다워 기자] 배울 것도 확실하지만, ‘저러면 안 된다’라는 생각을 주는 경우도 많았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가장 배워야 할 점은 지난번 소개한 대로 ‘흥청망청’ 경기장이 없다는 사실이다. 1900년 세계박람회를 위해 지은 그랑 팔레에 대규모 가변석을 설치해 펜싱, 태권도를 소화했고,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 앵발리드에서 양궁을 했다. 에펠탑 앞에서는 비치발리볼 경기가 열렸다. 빈 곳이 많은 베르사유 광장에서는 근대5종이 열렸다. 적은 예산으로 효율 높은 운영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대회만 열었다 하면 토목 공사를 하느라 흥청망청 국가 예산을 투입한다. 대회가 끝나면 경기장은 텅텅 비어 쓸모없는 공간이 된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 대표적이다. 지금도 인천에는 노는 경기장, 체육관이 수두룩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파리올림픽은 국제 대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렇다고 파리올림픽을 국제 대회의 모범으로 꼽을 수는 없다. 생활하다 보면 ‘대체 뭐 하는 건가?’ 싶을 때도 많았다.
살인적인 물가가 대표적이다. 경기장 내에서는 콜라 작은 거 하나를 5유로(약 7400원)에 판다. 콜라에 샌드위치 하나를 먹으면 2만원은 써야 한다. 시내 물가도 다르지 않다. 올림픽을 통해 한바탕 해먹겠다는 다부진 각오가 아니면 이 정도로 물가가 높을 수도 없다.
탄소 중립을 외치며 선수단과 관계자 셔틀 버스 에어컨을 끌 정도로 극성이었지만, 정작 대회를 돌아보면 공허하기만 하다. 당장 개막식에는 디젤로 굴러가는 선박 100여대를 띄웠다. 콜라를 사면 플라스틱 컵에 따라 준다. 이렇게 나간 컵만 해도 600만개라는 프랑스 매체의 보도와 비판도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늬만 탄소 중립’이었다. 그 정도로 탄소 중립이 중요하면 올림픽을 개최하지 말았어야지.
아무리 청소를 열심히 했다지만 어딜 가나 거리에는 지린내가 진동한다. 심지어 베르사유 궁전으로 진입하는 길에서도 마주했다. 파리는 세 번째 방문이지만, 이 냄새에는 도저히 적응할 수가 없다.
스타드 드 프랑스로 향하는 길에는 정말 황당한 간이화장실도 봤다. 여성용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아래가 뻥 뚫려 종아리까지 보이는 화장실이었다. 아무리 ‘간이’라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배려가 부족해 보였다. 그랑 팔레 관계자 화장실은 아예 남녀 공용이었다. 관리도 제대로 안 되어 오후 늦은 시간이면 도저히 이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저분했다.
프랑스 관중 매너는 정말이지 수준 이하였다. 맹목적인 야유와 비난은 기본이었다. 한국 태권도의 서건우가 심판의 실수로 패배할 뻔했다 판정이 번복됐는데 프랑스 관중이 야유했다. 심지어 한국 펜싱 단체전 결승전이 열리는 시간에 프랑스 동메달리스트들이 관중석에 올라가 지인과 사진을 찍고 심지어 방송 인터뷰까지 해 관중 시야를 방해했다.
타산지석. 파리올림픽을 통해 배워야 할 것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자국 고유의 자유로운 문화 이상으로 손님맞이도 중요하다는 점이다. 적어도 올림픽 정도 규모의 대회를 개최하려면 글로벌 스탠다드 근처에는 가야 하지 않을까. 이상 2주 넘게 파리에 체류하면 느낌 기자의 감상이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