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결승포가 된 홈런을 친후 홀로 락커룸에 있었다.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기에. 책임져야 할 아웃카운트 6개가 남았기에 마음을 다잡았다.

삼성 주전 포수 강민호(39)가 마침내 한국시리즈(KS) 진출을 이뤘다. 역대 최다 2369경기를 치르면서도 KS를 밟지 못했던 그가 자신의 홈런 한 방으로 소원을 성취했다.

강민호는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플레이오프(PO) 4차전 8회초에 결승 솔로포를 터뜨렸다. 상대 투수 손주영의 속구를 공략해 좌중간 담장을 가르는 대포를 쏘아 올렸다. 팽팽했던 0-0 승부를 1-0으로 만들었다. 이후 강민호는 선발 대니 레예스에 이어 8회말 임창민, 9회말 김재윤과 호흡을 맞춰 무실점 승리를 완성했다.

홈런 외에 활약도 대단했다. 1회말과 2회말 천금의 도루 저지로 LG 공격 흐름을 끊었다. 1회말에는 홍창기, 2회말에는 오지환의 2루 도루를 저지했다. 레예스의 투구 모션이 빠르지 않음에도 강민호는 강하고 정확한 송구로 LG의 다리를 묶었다.

1-0로 승리한 삼성은 PO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정상 무대 진출에 성공했다. 5년 연속 정규시즌 1위를 이룬 2015년 이후 9년 만에 다시 KS 무대에 섰다. 삼성은 오는 21일부터 KIA와 7전 4선승제 KS를 치른다.

다음은 경기 후 취재진과 강민호 일문일답.

-운다고 생각했는데 왜 안 우나?

살짝 울컥했다.

-정말로 KS 냄새를 맡게 됐다.

이 인터뷰를 정말 하고 싶었다. 이 자리까지 정확히 21년 걸렸다. 열심히 하다 보니 좋은 기회가 왔다. 분위기가 좋은 만큼 하늘에 맡기고 후회 없이 싸우겠다.

-홈런 상황을 돌아보면?

8회초 선두 타자였다. 볼카운트 3-1에서 하나 볼까 생각했는데 그래도 공격적으로 치려 했다. 사실 웨이트 사인이 났다. 그런데 웨이트 사인을 못 봤다. 3-1이라 당연히 치라고 할 줄 알고 못 봤다. 홈런 치고 더그아웃에서 후배들이 웨이트 사인을 안 봤냐고 묻더라.

-홈런을 쳤지만 경기가 끝난 상황은 아니었다. 포수라 남은 2이닝이 중요했다. 홈런 후 마인드 컨트롤을 어떻게 했나?

홈런 치고 혼자 락커룸에 들어갔다. 수비가 2이닝 있으니까. 락커룸에서 혼자 가만히 있었다. 8회 공격이 끝날 때까지 조용히 있으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냉정해지려 했다. 덕분에 이후 아웃카운트 6개를 올릴 수 있었다. 락커룸에 들어간 게 주효했다.

-도루 2개 저지도 컸다.

레예스 선수의 투구 모션이 크다. 준비를 했다. PO 앞두고 훈련할 때 베이스로 던지는 게 아닌 주자가 오는 길로 던지는 훈련을 했다.

-PO부터 피치컴을 썼다. 피치컴을 쓴 것도 좋았나?

진작 쓸 걸 생각이 들 만큼 편하다. 투수들에게도 먼저 사인을 주면 투수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높낮이 등 로케이션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

-정규시즌 경기 숫자도 그렇고 포스트시즌 숫자도 많다. 이번 KS 진출로 드디어 꼬리표를 뗐다.

그렇다. 이참에 우승 없는 선수라는 꼬리표도 떼고 싶다.

-정규시즌도 그랬지만 포스트시즌 삼성 팬의 열기도 대단했다.

포스트시즌뿐이 아니라 시즌 내내 우리 팬의 열기를 느끼고 있다. 우리 삼성 팬분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원래 다른 지역에 가면 응원하는 팬이 적을 수 있는데 항상 야구장을 채워주신다. 우리 선수들도 큰 힘을 얻었다.

-선수들이 강민호 선수 한국시리즈 보내려 애쓰는 모습도 있었다.

후배들에게 정말 고마웠다. 1, 2차전 동생들이 잘해줬다. 3차전 지고 나서 후배들이 와서 이제는 형이 해야 한다고 하더라. 나는 포수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

-KS에서 최형우와 만난다.

아마 형우 형에게 연락이 와 있을 것이다. 멋진 승부를 해보고 싶다. 형우 형이 자신만만하다. 인생이라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김윤수가 대단한 활약을 했다.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잘할 때가 됐다는 생각을 한다. 전역 후에 너무 잘하려다 안 됐다. PO 이전에 청백전을 하는데 구위가 정말 좋더라. 그 덕분에 엔트리에 들어간 것 같다.

투수들에게 고맙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4차전 동안 리드에 고개를 흔드는 투수가 없었다. 이번에 레예스도 두 번 흔들었는데 결국에는 수긍해줬다. 그 두 개 중 하나가 신민재 병살타. 다른 하나는 박해민 플라이였다. KS 앞두고도 공부를 많이 할 것이다. 공부 많이 해서 투수들에게 더 믿음 주겠다.

-이제 KIA와 붙는다. 올해 KIA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나?

강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LG 상대할 때도 어려운 타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한 번 흐름을 끊으면 할 수 있다. KS도 한 번 흐름만 끊으면 우리에게 찬스가 올 수 있다고 본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