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비록 시도민구단 사상 최초의 K리그 우승엔 실패했지만 ‘강원 동화’는 이미 완성됐다.
강원은 지난 1일 울산HD와 원정으로 치른 K리그1 36라운드에서 1-2로 패배, 승점 61(18승7무11패)에 머물렀다. 승점 68을 확보한 울산과 7점 차로 벌어진 강원은 잔여 2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역전 우승 도전이 멈춰 섰다.
그러나 누구도 강원의 행보를 실패로 보지 않는다. ‘K리그판 레스터시티’로 부를 정도로 동화 같은 시즌이었다. 지난해 2부 강등 위기에 처했던 강원은 윤정환 감독이 그해 여름 소방수로 전격 투입된 뒤 극적으로 1부에 생존했다. 올 시즌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시즌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지속했다. K리그1 3연패를 달성한 울산을 상대로도 끝까지 알 수 없는 승부를 펼쳤다.
2013년 K리그 승강제 시행 이후 시도민구단이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건 2018년 경남FC의 준우승이다. 다만 당시 우승을 차지한 전북 현대와 승점 차가 무려 21점이었다. 전북의 ‘1강’ 체제였다. 올 시즌처럼 시도민구단이 우승 경쟁을 막바지까지 한 사례는 없다. 또 강원은 올 시즌 다득점 1위(61골)를 달릴 정도로 신명 나는 축구를 뽐냈다.
강원 축구의 환골탈태는 단연 ‘윤정환 매직’으로 불린다. 그는 과거의 수비 색채를 지우고 전방에 숫자를 많이 두면서 새바람을 일으켰다. 특히 팀 내 ‘빅네임’은 없지만 선수 장점을 파악하며 쓰임새를 명확하게 찾아냈다. 강원이 주도한 ‘포지션 변화’ 바람이 증거다. 미드필더였던 황문기를 오른쪽 풀백으로 내세워 태극마크까지 달게 했다. 이기혁은 센터백, 이유현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시켰는데 해당 포지션에서 리그 정상급 경기력을 뽐냈다. 시행착오 속에서도 선수를 신뢰하며 지속해서 기회를 준 믿음의 리더십이 한몫했다.
또 과거 울산을 비롯해 세레소 오사카 등 일본 J리그 사령탑 때처럼 젊고 유망한 자원을 적극적으로 중용해 ‘잭팟’을 터뜨렸다. ‘고교생 신화’를 주도한 양민혁이 대표 사례다. 어리지만 뛰어난 축구 지능을 눈여겨 본 윤 감독은 그를 리그 전 경기에 내보냈다. 양민혁은 현재까지 11골6도움을 기록, 10대 나이에 프로 데뷔 시즌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또 지난 여름 토트넘(잉글랜드)행을 확정, 빅리거로 변신도 예약했다.
강원 동화는 홍보·마케팅 대박으로도 이어졌다. 강원은 지난해 홈 19경기 총관중이 12만2772명이다. 올 시즌엔 18경기에서만 16만2503명이 몰렸다. 평균 관중이 9028명으로 지난해(6462명)보다 2500명 이상 증가했다.
강원은 3위 김천 상무(승점 60)와 2위 경쟁 중이다. 윤 감독은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우리는 계속 꿈을 꾼다. 2위로 마무리하고 싶다. 더 나아가 아시아 클럽 대항전 출전권도 손에 넣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