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이르면 17일 밤 10시, 한국 야구대표팀의 운명이 판가름난다. 자력이 아닌 상대국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건 유쾌한 일은 아니다. 그만큼 두 번의 패배가 뼈아프다.

대만에서 진행 중인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리그에 참가 중인 한국은 17일 오후 4시 현재 2승2패로 3위에 올라있다. 첫 경기였던 대만전과 15일 치른 일본전에서 각각 3-6으로 패했다. 아마최강으로 불리는 쿠바를 상대(14일)로 8-4로 승리했고, 16일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0-6 역세를 극복하고 9-6 역전승을 따냈다.

중남미 국가에 KBO리그 ‘젊은 피’의 매운맛을 보였지만, 경쟁관계로 볼 수 있는 아시아 국가에 잇달아 덜미를 잡혀 고개를 숙였다. 한국은 17일 경기가 없고, 18일 호주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조별리그가 막을 내리면 6개국 가운데 상위 2개 팀은 일본 도쿄로 날아간다. 도쿄에서 열리는 슈퍼라운드를 통해 챔피언을 가린다. 한국 선수들은 “슈퍼라운드에 진출하면,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그만큼 분위기가 좋다”고 자신했지만, 자력으로 다음 스테이지에 오를 가능성은 없다.

프리미어12는 다승제로 치른다. 동률일 경우 ▲승자 승 ▲TQB(Team Quality Balance) ▲평균자책점-TQB ▲ 동률 팀 중 해당 팀 간 경기에서 타율이 가장 높은 팀 ▲ 동전 던지기 순으로 정한다. 참고로 TQB는 (득점/공격이닝)-(실점/수비이닝)을 뜻한다.

초대 대회였던 2015년 우승을 따낸 한국은 2019년 결승에서 일본에 패해 준우승했다. 올해로 세 번째 출전인데, 결승은커녕 슈퍼라운드 진출 가능성마저 희박한 상황에 내몰렸다. 젊은 선수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렸다고는 하나, 성적 부진의 핑곗거리일 수는 없다.

설상가상 경기가 없는 17일, 조 1, 2위를 달리는 일본과 대만의 승패에 따라 슈퍼라운드 진출이 좌절될 수 있다. 일본은 이날 톈무구장에서 쿠바를, 대만은 타이베이돔에서 호주를 각각 상대한다. 일본은 오후 7시, 대만은 오후 7시30분 플레이볼이다.

3전승을 질주 중인 일본은 쿠바마저 제압하면 B조 1위를 확정한다. 쿠바에 덜미를 잡히더라도 3승1패로 남은 한 경기에 따라 다음 라운드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 2승1패로 2위에 오른 대만은 호주를 격파하면 슈퍼라운드 진출 7부 능선을 돌파한다. 일본과 대만 모두 한국전에 승리를 따냈으므로, 동률일 경우 승자 승 원칙에 따라 슈퍼라운드에 진출하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조별리그에서 3승을 따낼 확률이 조금이라도 있는 팀은 네 팀이다. 한국으로서는 일본과 대만이 덜미를 잡히는 것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만약 쿠바가 일본을 잡으면, 슈퍼라운드 진출권을 놓고 한국과 대만이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진다. 대만이 호주에 발목을 잡히고 18일 한국이 호주를 누르면,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결과로 남은 슈퍼라운드 진출팀 향방이 갈린다. 물론 대만이 마지막 경기에서 패해야 한국에 기회가 온다.

객관적인 전력상 일본이 쿠바와 도미니카 공화국에 패할 가능성은 낮다. 도미니카 공화국을 5-0으로 제압한 호주가 17일 대만을 누르면, 한국은 대회를 앞두고 평가전을 치른 쿠바에 희망을 걸 수 있다.

대회 최종일에 쿠바가 대만을 제압하면, 한국은 극적으로 일본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다. 쉽게 말해 대만이 남은 두 경기 모두 패하면, 한국이 기사회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물론 한국이 호주전을 승리로 장식해 3승(2패)째를 따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경우에 따라 더 복잡한 셈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대만이 17일 호주를 누르고, 18일 쿠바에 패하면 3승2패다. 쿠바가 17일 일본을 제압한 데 이어 대만까지 누르면 역시 3승2패가 된다. 대만, 한국, 쿠바의 TQB를 따져 슈퍼라운드 진출권을 가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의미다.

편안하지 않은 휴식일을 보내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복잡하더라도 경우의 수를 남겨두는 쪽을 바랄 가능성이 크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