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운동선수에게 해외 진출은 언제나 어려운 법이다. 상위 리그라면 더욱 그렇다. ‘마법의 문장’이 있다.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가 그것이다. 속내 파악이 안 된다는 점이 문제다. 양민혁(19·토트넘)이 그 상황이다.
토트넘 담당기자 폴 오키프는 16일(한국시간) 토트넘과 아스날의 리그 경기를 마친 후 팬과 소통 시간을 보냈다. 여기서 양민혁 얘기가 나왔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다. 구단이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양민혁이 토트넘 21세 이하 팀에서 뛸 수도 있다. 현재 토트넘 아카데미 선수들과 비슷한 수준이다”고 덧붙였다.
양민혁은 2024년 K리그1에서 최상급 활약을 펼쳤다. 12골 6어시스트를 일궜다. 득점 순위 7위다. 강원FC 준우승을 이끌었다. 시즌 후 열린 시상식에서 영플레이어상을 받았다.
그사이 토트넘 이적도 확정됐다. 토트넘이 조기 합류를 요청하면서 지난달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금방이라도 토트넘 1군 데뷔전을 치를 듯했다. 프리미어리그는 그럴 수 있다. 5부 리그 팀과 붙은 FA컵 경기에서도 출전이 불발됐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양민혁은 프리미어리그와 비교해 수준 차이가 있는 리그에서 왔다. 아직 어린 선수다. 적응이 우선이다”고 했다.
팀 합류는 지난 12월에 했지만, 등록은 1월이 돼야 가능했다. 해가 바뀌면서 공식선수가 됐고, 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보름이 넘었다. 그사이 토트넘은 네 경기를 치렀다. 양민혁이 없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은 여러 각도로 해석이 가능하다. 실력 외에 영국 문화 등 다른 부분에서 적응이 덜 됐다고 볼 수도 있다. 혹은 훈련 과정에서 ‘아직 멀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종목은 다르지만,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ML)로 진출한 선수들도 비슷한 일을 겪는다. “빅리그에서 뛸 선수”라고 하면서도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진짜 ML로 올리면 모를까, 계속 마이너에만 두는 케이스도 꽤 된다.
양민혁의 ‘실력’이 토트넘이 생각한 것보다 못한 것일 수도 있다. 5부 팀과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그래서 의심이 된다. 정말 그렇다면 양민혁의 토트넘 1군 데뷔는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아직 어리다. 2006년 4월16일생. 아직 만 18세다.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면 안 될지도 모른다. 대신 ‘데뷔하기 너무 어린 나이’도 아니라는 점은 걸린다. 언제쯤 손흥민과 양민혁이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는 시간이 올까.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