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치매 노모를 요양원에 모신 뒤 연락이 끊긴 사극 배우 출신 박모씨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지난 17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폐업을 앞둔 요양원을 떠나지 못하는 할머니의 사연이 공개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경영난으로 올해 초 폐업을 결정한 요양원에 남은 최순남(가명) 할머니가 소개됐다. 최씨는 “젊었을 때 교직에 있었다”라고 했다.
그는 무용 교사였던 윤미자(가명) 할머니와 나이, 식성은 물론 젊은 시절 교편을 잡은 점, 자녀가 하나인 점이 닮아 절친한 사이였다.
두 사람은 제작진에게 결혼 여부를 물으며 비슷한 질문을 반복했다. 요양원장은 두 할머니에 대해 “똑같은 질환이다. 단기 치매”라며 “비슷한 시기, 비슷한 병명으로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요양원에서 2년 반을 함께 지냈지만 윤 할머니가 거처를 옮기게 되면서 이별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최 할머니의 아들 박씨는 1년 넘게 요양비가 밀린 데다 지난해 11월부터 연락이 끊겨 이소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아들 박씨를 기다려온 최 할머니는 아들의 연락처를 잊지 않으려 여기저기에 전화번호를 적고 또 적었다고 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요양원장은 “(휴대폰) 충전을 100%로 해서 아들이 전화 올 줄 모르니까 대기하고 있다. 슬픈 일이다”라고 전했다.
최 할머니는 아들 박씨가 미국에 있다고 했지만, 아들 박씨가 사용했던 할머니 휴대전화엔 아들 박씨의 최근 검색 내역이 남아있었고, 그가 접속한 장소는 미국이 아닌 한국이었다.
박씨는 한때 사극 전문 배우로 얼굴을 알렸던 배우로, 사극에서 ‘사망 전문 역할’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배우 이창훈은 “그 당시 꽤 인지도가 있었다. ‘언제 같이 우리 일해야지’라고 했는데 사실 주인공은 한 명이라 주인공끼리는 같이 못 만난다. 그런 농담도 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씨는 언젠가부터 작품에서 자취를 감췄고, 요식업 사업가로 인생 2막을 시작했지만 사업은 실패로 끝났고 거액의 빚을 지게 됐다고.
박씨는 이후 또 건강기능식품 관련 회사에서 새 출발을 다짐했지만 사무실 자체가 사라졌다고. 과거 업체 관계자는 “홍보이사 이런거 해외 쪽으로 일을 하시다가 지금은 그만두신지 꽤 됐다”고 전했다.
박씨는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셨지만 85만원 정도인 요양비를 제때 내지 않았다. 연락이 닿을 때마다 납부를 미뤘고, 지난달에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요양원장은 “제일 마지막에 500만원 부치고 난 후엔 계속 미납”이라고 전했다.
이후 박씨는 제작진에게 뒤늦게 연락해왔다. 박씨는 “요양원에 채무가 있지 않나. 어떤 방법으로든 그걸 해결하려고 백방으로 알아보느라 연락을 못 드린 것”이라며 “공황 장애에 우울증이 와서 사람하고 소통을 못한다”고 토로하면서도 어머니를 방임한 게 아니라고 했다.
이어 그는 “지금 (요양비) 처리를 하려고 한다. 여기저기 알아봤다. 해결할 거다. 집도 없이 동가숙서가 식으로 하고 있는데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지”라고 토로했다.
이인철 변호사는 “판례를 찾아보니 요양원에 보냈을 경우 연락이 되지 않거나 치료비를 내지 않고 완전히 방임한 경우에는 형사 처벌된 판례가 있다”고 전했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