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한국 축구의 수장, 대한축구협회장 자리의 장기 공백이 불가피하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4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업무를 진행할 선거운영위원회를 이달 중 구성하고 2월 초 이사회 승인을 거쳐 선거 업무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축구협회는 중앙선거관리워원회 선거 위탁을 의뢰한 상태다.

지난 10일 기존 선거운영위원회 위원들이 전원 사퇴했다. 허정무 후보 측의 선거 중단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가운데 선거운영위원 중 일부가 건설, 부동산 관련 변호사라는 사실이 알려진 게 원인이었다. 허 후보와 신문선 후보는 현대산업개발 회장인 정몽규 후보와의 유착 관계를 의심하며 비판했다. 축구협회는 23일 선거를 재개하려 했지만 두 후보의 반대에 부딪혔고, 위원들도 사퇴하면서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현재 축구협회 계획대로라면 선거는 2월 중순, 늦으면 말이 된 후에야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가 선거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선거인 명부 작성, 후보 등록, 공식 선거 운동 등의 모든 과정을 다시 밟아야 한다. 앞으로 한 달 정도는 더 선거 정국이 이어진다는 의미다. 한국 축구를 책임지는 수장 자리도 오랜 기간 공백 상태에 들어간다.

2월 중순에는 축구의 근간인 K리그도 개막한다. 3월이면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일정이 시작한다. 축구협회장이 없어도 축구는 잘 굴러가겠지만, 그 밖의 여러 사업은 교착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

선거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혼란스러운 분위기도 쉽게 수습되지 않을 전망이다. 허 후보, 신 후보는 정 후보를 향한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현재 다른 체육 단체들은 비교적 원활하게 선거를 진행하고 있다. 14일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유승민 당선자가 이변을 일으키며 새 수장이 됐고, 대한럭비협회를 비롯한 일부 조직에서도 예상 밖 결과들이 이어지고 있다.

축구협회는 체육 단체 중 규모가 가장 크고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조직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국회의 맹폭을 받을 만큼 전 국민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원활하게 선거를 운영하지 못해 법원의 제재를 받았고, 파행을 거듭했다. 결국 선거가 한 달 이상 미뤄지는 초유의 상황에 직면했다. 한국 축구가 어느 때보다 크게 흔들리는 시기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