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2025년 상반기 K팝 신은 단발 열풍에 휩싸였다. 기점은 단연 에스파의 카리나였다. 긴 생머리의 상징이었던 카리나가 단발로 전환하자 팬덤과 대중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카리나 때문에 단발병 걸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카리나의 단발은 클래식한 보브컷이 아니다. 숱 많은 모발에 굵은 C컬을 더해 얼굴선을 자연스럽게 감싸며 얼굴이 작아보이는 효과를 준다. 우아하게 떨어지는 앞라인은 도시적이고 시크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풍성한 볼륨 덕분에 생기와 입체감이 배가된다. 카리나의 헤어스타일은 에스파의 정체성과 연결해도 흥미롭다. 긴 생머리 시절의 카리나가 ‘AI 비주얼’을 상징했다면, 단발로 변신한 카리나는 현실감 있는 인간미를 드러내며 에스파의 매력을 다각화한다.


권은비의 단발도 주목 받고 있다. 아이즈원 시절에도 단발을 즐겨왔던 권은비는 신보 발표를 앞두고 러블리한 웨이브 단발로 깜짝 변신했다. 새 싱글 ‘헬로 스트레인저(Hello Stranger)’ 포토에서는 또 다른 분위기다. 칼단발 스타일에 짙은 메이크업, 형형색색의 네일아트로 고혹적인 무드를 자아냈다. 극과극의 분위기를 소화하며 단발의 이미지를 확장했다. 단정하고 청초한 인상을 넘어, 섹시함과 강렬함까지 아우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신예 키키의 리더 지유는 또 다른 형식의 단발을 택했다. 데뷔와 함께 선보인 지유의 헤어스타일은 층이 다채롭고 질감이 살아 있는 허쉬컷 계열로 자연스럽게 흐트러지는 텍스처가 특징이다. 2000년대 초반 유행한 샤기컷 감성에 세련된 레트로 분위기를 더한 스타일이다. 가벼운 브라운 컬러를 입히면서 지유의 발랄한 이미지도 강화했다. 후속 활동에서는 보다 직선적인 단발로 전환해 힙한 감각을 이끌어냈다. 지유의 단발은 키키가 지향하는 ‘젠지미(Gen Z美)’와도 맞물리며 자유분방하고 톡톡 튀는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한 가요 관계자는 “단발 헤어스타일은 새로운 이미지로의 변화를 시도할 때 가장 효과적인 도구 중 하나”라며 “요즘은 헤어스타일도 아티스트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며 전략적으로 접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봄을 맞아 온라인에선 카리나 등이 촉발시킨 ‘단발병’ 바람이 불고 있다. K팝이 노래를 듣고 앨범을 소비하는 형태를 넘어 아티스트의 패션, 헤어 등 스타일까지 따라하는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