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오늘도 한 걸음 더 걸어보자고 다짐해. 수천 번 거울 속 내게. 고개를 들어봐, 할 수 있잖아!”
기린예술고등학교 1학년 송삼동은 노래 실력이 부족하다는 평가에 좌절하지만, 거울 앞에서 스스로를 다독이며 다시 일어선다.
절망과 고민을 거듭하는 삼동에게 위안을 주는 것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믿음이다. 이 믿음은 곧 ‘느려도 괜찮아. 진심으로 꿈을 좇는다면’이라는 메시지로 이어져 삼동에게 다시 노래할 용기를 준다. 고개를 들었을 때, 삼동이 거울 속에서 발견한 것은 빛나는 자신이다.
혼돈과 상실의 시대. 뮤지컬 ‘드림하이’는 청춘에게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를 끊임없이 묻는다. 그리고는 ‘정답은 없지만, 노력한 만큼 성과를 얻을 것’이라고 노래한다.
배우들의 목소리가 때로는 베이스처럼, 때로는 일렉 기타처럼 가슴에 박히는 이유다. 포기라는 단어가 스쳐갈 때, 타협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무대는 “그러면 안돼”라고 외친다. 각자의 사연을 가진 기린예고 1학년들은 음악을 통해 부딪히고 성장한다. 이렇게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간다.


2012년 방영된 KBS2 드라마 ‘드림하이’가 13년 만에 뮤지컬로 돌아왔다. 드라마 ‘드림하이’는 ‘아이돌 드림’이라는 서사를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작품이다. 당시 가요계를 이끌던 아이돌 가수들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청춘의 성장통을 감각적인 연출로 풀어내 공감과 인기를 얻었다.
드라마만큼 뮤지컬 라인업도 화려하다. 박경림, 김동준, 세븐, 영재, 진진, 강승식, 윤서빈, 장동우, 김동현, 유권, 임세준, 루나, 선예, 김다현, 이지훈, 신예 배우 이두연 등 아이돌부터 핫한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무대는 감정을 과장하지 않는다. 절제된 세트와 조명은 도리어 각 인물의 고민과 내면에 집중하게 만든다. 군무는 갈등의 파열음을 반영하고, 넘버는 감성을 밀도 있게 끌어올린다.
실제 아이돌 출신 배우들의 캐스팅은 서사를 설득력 있게 이끄는 원동력이다. 영재는 송삼동 특유의 순수함을 담백하게 그려내고, 선예는 백희의 단단함을 입체적으로 표현해낸다. 연출은 인물의 감정선에 충실하며 관객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흐름을 만들어낸다.


일반적인 성장 스토리를 넘어서는 공연이다. 각기 다른 캐릭터들의 도전은 관객 각자의 삶과 맞닿아 다시 시작할 용기를 준다. 갈등과 화해는 이상적인 답을 주는 대신 현실적인 감정을 담아내며 ‘진짜 응원’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보여준다.
뮤지컬 ‘드림하이’의 주제는 선명하다.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과연 우리는 어떤 이유로, 어떤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묻는다. 그리고 답한다. ‘누구나 흔들릴 수 있고, 느릴 수 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공연장을 나와 거리를 걷다가 문득 바라본 거울 속에 삼동이가 미소 지은 채 빛나고 있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