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진천=김용일 기자] “배임을 공개적으로 하는 사람이 있느냐, 이제까지 부끄럽게 살지 않았다.”

15일 충북 진천군에 있는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난 김택수(55) 선수촌장은 스포츠윤리센터가 탁구협회 전·현직 임원이 인센티브를 부당 지급받았다며 당시 전무이사와 실무부회장을 지낸 자신과 정해천 전 탁구협회 사무처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로 한 것에 격정적으로 말했다.

윤리센터는 전날 탁구협회 임원에 대한 인센티브 부당 지급과 더불어 적절치 않은 과정을 거쳐 국가대표 선수를 바꿔치기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징계를 요청했다. 유승민 현 대한체육회장이 탁구협회장 재임 시절 발생한 일이다.

최대 화두는 경찰 수사까지 넘어간 인센티브 지급 건이다. 유 회장은 당시 제한적인 협회 살림을 늘리기 위해 기금 관리 규정을 개정, 후원기업을 유치한 사람에 대해 유치금의 10%를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규정을 뒀다. 다만 윤리센터는 ‘임원은 보수를 받을 수 없다’는 현행 협회 정관에 위배되는 점을 언급, 김택수 촌장이 당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했다고 해석했다. 협회 재산에 손해를 끼쳤다고 여겨 형법 제356조(업무상 배임죄)에 따라 고발하기로 했다. 김 촌장은 취임 한 달도 안 돼 최대 위기를 맞았다.

김 촌장은 “모든 종목단체가 자체 살림으로 큰 미래를 그리기 어려운 건 모두가 안다. 탁구협회도 예산이 부족해 (후원 유치 차원에서) 당시 한 마케팅 업체와 미팅했다. 전문가가 하는 게 낫다고 여겼다. 그런데 수수료를 25% 요구하더라. 그건 너무 셌다”며 “내부에서 탁구인이 중심이 돼 열심히 뛰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 당시 대외 (협력) 역할을 많이 하는 전무였다. 더 많은 후원 유치를 위해 (인센티브) 10% 규정을 뒀다는 것을 접하게 됐다. 나 역시 탁구계에서 오래 활동한 만큼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후원 유치에 애썼다”고 덧붙였다.

김 촌장은 자신이 끌어온 후원 액수까지 언급하며 억울해했다. 그는 “당시 2억의 후원금을 유치했다. 한 업체에 가서 절실하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또 다른 후원 유치는 나와 오랜 연이 있고 탁구계에도 잘 알려진 미국의 제리 (월스키) 회장께서 도움을 주셨다. 올해 94세이신데 1996년부터 탁구 팬이셨다. 세계 어디를 가도 늘 현장에 계신다. 제리 회장께서 어떻게 해서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시며 후원해 주셨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개적으로 배임하는 사람이 있느냐. 규정을 꼬투리 잡는다면 나 역시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싶다. 피해자가 있어야 배임으로 볼 수 있는데, 일련의 과정은 협회 재정에 도움이 되면 됐지, 문제가 된 게 없다. 내가 인센티브 1000만 원, 2000만 원을 받으려고 부당한 행위를 했겠느냐”고 강조했다.

윤리센터는 ‘협회장을 포함해 4명에 관해 인센티브 규정 제정 과정에서 직무를 태만하거나 정관 등 규정을 위반해 인센티브를 받아 간 사실이 확인돼 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면서 ‘협회에 기관 경고하는 한편 전액 환수 검토를 권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촌장이 언급한 지급 과정과 관련해 향후 윤리센터에서 추가 조사 결과를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 촌장은 “탁구협회 홈페이지에도 인센티브 규정이 나와 있다”며 “선수촌장이 돼 종목별 실태를 들여다봐도 결국 예산이 걸림돌이다. 대다수 종목이 주요 훈련장 시설 보수, 훈련 파트너 부족 등에 시달린다. 예산 5000만 원, 1억이 없어서 발전적인 그림을 못 그린다”며 “당시 나처럼 경기인이 직접 발로 뛰어서 후원금을 유치하는 게 잘못된 일이냐. 윤리센터에서도 외부 민원 외에 당시 협회에서 어떻게 일했는지 등을 좀 더 들여다봐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