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한때 방송가를 누비던 배우 조형기(65)가 또다시 과거 범죄 전력과 부적절한 발언으로 대중의 도마에 올랐다. 최근 한 연예인 송년 모임 무대에 올라 방송 복귀가 어려운 현실을 토로하며 한 발언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 연예인 단체 송년회 행사에서 조형기는 “요즘 애들 프로그램밖에 안 만든다. 우리들의 노래가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이 됐다”며 “영의정은 50세쯤 해야 하는데, 내가 정2품도 못 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이 XX할 XX들이 프로그램을 죄다 젊은 애들 중심으로 만든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쏟아냈다.
조형기는 1982년 MBC 15기 공채 탤런트 출신이다. 공채 연기자 시스템이 강하게 작동하던 시절을 거쳐온 조형기는, 공채 연차가 오래될수록 출연료가 높게 책정되는 구조 안에 있었다.
이 때문에 현재의 제작 환경에서 높은 출연료는 제작사의 부담이다. 그래서 기성 연기자보다 연극무대 등에서 실력을 쌓은 신인 또는 중견 배우들을 기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조형기가 지적한 “중장년 연기자들의 설 자리가 줄었다”는 현실과 일정 부분 맞물린다. 현재 방송가는 젊은 시청자층을 겨냥한 콘텐츠가 주를 이루고, 이에 따라 주요 배역 역시 20~30대 배우들에게 집중되는 흐름도 커졌다.
그러나 조형기의 경우는 그 맥락에서 예외라는게 일반적인 반응이다. 조형기는 1991년 음주운전으로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인근 수풀에 유기하고 도주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 유족과 합의, 잘못을 뉘우치는 점을 고려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났으며, 출소 한달만에 방송에 복귀해 논란을 키웠다.
당시 이 사건은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은 시대였기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조형기는 이후 다양한 드라마에서 감초 역할을 맡으며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그의 전력이 재조명되며 퇴출 여론이 거세졌고, 2017년 MBN <황금알>을 마지막으로 방송에서 사라졌다.
2023년에는 MBC에서 자체적으로 ‘심의 제외 연예인’으로 분류되며 사실상 공영방송에서 출연이 제한된 인물이 됐다.

그런 이력의 조형기가 방송 출연이 어려운 이유로 ‘나이’를 탓한 건 오판이다. 되레 자신이 피해자인 듯한 인식까지 준다. 물론 송년회에서 동료 중장년 배우들을 위로하려는 의도였을 수 있다. 그러나 발언에 담긴 문제 인식은 여전히 ‘책임 회피’로 읽힌다.
“상감도 젊은 애들이 한다”는 투의 발언은 업계 현실을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정작 본인이 방송에서 배제된 근본 이유는 스스로가 벌인 중범죄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출연료 구조와 업계 편향적 캐스팅 문제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지만, 자신의 과거 책임을 흐리고 세대 갈등으로 몰아가는 태도는 공감을 얻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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