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었는데요”…김경화, 급식 논란이 놓친 공감의 문법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죄송합니다.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방송인 김경화는 지난 29일, 자신의 SNS에 이 같은 사과문을 올렸다. 그 하루 전, 김경화는 자녀의 급식 사진과 함께 학교 측의 급식 운영을 비판하는 글을 게시했다. 하지만 해당 지역은 불과 며칠 전, 싱크홀 사고로 한 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 현장이었다.
이어 김 씨는 “학교 앞에서 얼마 전 큰 사고가 있어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있었고 일대의 안전 문제로 학교는 대형 시설이라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는 가스 공급이 안 된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사고 후 아이들의 점심·저녁 급식이 중단되고 대신 이런 비조리 음식이 제공되고 있다”고 불평했다.
김 씨의 발언이 논란이 된 이유는 단순히 불평을 했기 때문이 아니다. 한 사람이 목숨을 잃은 참사 직후, 유명인으로서의 기본적인 상황 감각이 결여돼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분노를 샀다.

김 씨는 사과문에서 “제 입장에 묻혀 다른 상황을 바라보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 사과는 논란이 번진 뒤 수습을 위한 형태로 읽힌다. ‘사람이 죽었는데요’라는 누리꾼들의 댓글은 그 어떤 말보다도 뼈아프게 김 씨의 상황인식에 회초리를 든다.
김 씨가 말한 ‘학교 급식 문제’는 물론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그 방식과 맥락, 그리고 타이밍은 공감의 문법을 벗어나 있다. 김경화는 MBC 공채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으로, 오랜 시간 대중과 소통해왔다.
그만큼 공적 발언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그렇기에 이번 공감결핍은 더 안타깝고, 더 부적절하게 읽힌다. “아이의 점심이 걱정됐다”는 말보다 “그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를 기억합니다”라는 말이 먼저 나와야 했던 상황이었다.
물론 김 씨의 글을 면밀히 읽어보면, 단순히 “우리 아이가 빵만 먹는다”는 불만이라기보다는, 학생과 교사 간 급식의 형평성 문제를 짚고 싶었던 의도가 엿보인다.

실제 김 씨는 “선생님들은 배달 음식으로 따뜻한 식사를 한다고 합니다. 학생과 교사는 같아야 하지 않냐는 교사의 의견은 묵살됐다고 합니다”라고 썼다. 이 내용을 통해 ‘급식의 질’ 자체보다는 형평성과 배려의 기준에 대해 고민하는 지점이 보인다.
이는 일견 타당한 지적일 수 있다. 같은 공간에서 식사하는 교사와 학생이 근본적으로 다른 식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이 제도나 관행이 아닌 ‘배려의 기준’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분명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김 씨가 놓친 건 ‘공감의 맥락’이다. 학교 인근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는 직경 20m의 싱크홀이 발생했고, 이 사고로 30대 남성이 숨졌다. 해당 급식 중단도 바로 그 사고의 여파다. 가스 공급이 중단되고, 학교는 안전 점검을 이유로 비조리 급식을 임시 제공했다.
그럼에도 김 씨는 사고 자체보다 급식 불편을 먼저 이야기했다. 이 대목에서 대중은 공감하지 못했고 오히려 분노했다.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급식에 대한 불만이 앞선다는 건 공감 능력의 부재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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