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NC파크 추락 사고’, 본질은 예견된 부실…‘안전은 책임에서 시작된다’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3월 29일, KBO리그 개막 이후 처음 창원NC파크에서 열린 LG-NC 경기 도중, 관중석 위 구조물이 무너졌다.
경기 시작 20여 분 만에 매점 천장 위로 길이 2.6m, 폭 40cm의 알루미늄 루버가 떨어졌고, 그 충격은 여성 관객 자매를 강타했다. 머리와 쇄골을 다친 이들은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루버는 채광과 통풍을 위한 구조물이지만, 단단한 알루미늄 패널이다. 경기장이라는, 수만 명이 모이는 장소에서 이 구조물이 ‘떨어질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지 못했다는 점은 그 자체로 안전 불감증이다.

창원시는 구장 안전 점검을 3년에 한 번 실시하며, 마지막 점검은 2023년 초였다. 그러나 루버의 고정 상태, 설치 각도, 강풍 대비 구조적 안정성 등에 대한 ‘세부적 점검은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누구도 명확히 답하지 못한다.
사고는 경기 시작 후 20분에 발생했지만, 그날 경기는 9회까지 그대로 진행됐다. 다음날 경기가 안전 점검을 이유로 전격 취소된 것을 고려하면, 사고 당일 경기 강행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구장 내 동일한 루버가 다른 구역에도 설치돼 있었고, 그 외 매달린 구조물도 다수 존재했다. 그럼에도 해당 구역에 대한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고, 관객에게 어떤 안내도 없었다고 알려졌다.
NC 구단은 “사고 사실을 알리는 것이 혼란을 키울 수 있어 우려했다”고 했지만, 이는 오히려 관객을 ‘모르게 하는’ 방식의 위기관리였다. KBO 역시 경기 중단 결정 권한을 갖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NC 다이노스는 구장 시설물 관리 주체가 창원시라고 설명한다. 창원시가 최우선적인 안전 주체는 맞다. 그러나 NC도 경기장을 사용하는 홈 구단으로서의 관리·운영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창원시와의 계약 구조에 따라 법적 책임 소재는 갈릴 수 있겠지만, 현장 운영 주체로서의 도의적 책임은 명확하다.
KBO 역시 경기 안전을 총괄하는 기관으로서, 이번 사고를 단순히 ‘구장 문제’로만 축소해서는 안 된다. 향후 유사 사고 예방을 위한 전 구장 정기 안전점검 시스템의 개선과 사고 발생 시 매뉴얼 정비가 병행되어야 한다.

시간을 되돌려 보자. 2020년 사직구장에서 강백호(당시 KT)의 손이 철망 기둥의 노출 나사에 찔려 근육까지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시설물 역시 육안으로는 쉽게 감지할 수 있었던 위험 요소였고,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이 사고를 명백한 관리 부실이라 지적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뚜렷한 책임 추궁은 없었다. 롯데 구단은 사과했고, KT는 고소 의사가 없음을 밝혔으며, 결국 ‘사고 예방’이라는 선언적 메시지만 남겼다.
그로부터 몇 해가 지나, 이번엔 관객이 경기장 구조물로 인해 다쳤다. 현장의 점검이 실패했음에도, 책임의 화살은 여전히 ‘경계선’ 위에서만 맴돈다.
KBO는 4월 1일부터 창원에서 열릴 SSG와의 시리즈를 무관중 경기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관중은 응급처치일 뿐, 해결책이 아니다.
구조물 고정 상태, 안전 설비 이력, 대피 안내 방송 시스템 등은 하루아침에 갖춰지는 것이 아니다. 더는 ‘공사 이후 3년마다 한 번 점검’으로 안심할 수 없다.
프로야구는 스포츠이자 대중문화이고, 야구장은 도시의 공공 공간이다. 그 안에서 구조물이 떨어져 사람을 다치게 하는 일은, 단순한 불의가 아니다. 예방하지 않은 사고는 인재이며, 인재에는 분명한 책임이 따라야 한다.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