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춘천=정다워 기자] “생각이 너무 많다 보니 악수를 두는 것 같다.”

강원은 13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광주FC와 ‘하나은행 K리그1 2025’ 8라운드 경기에서 1-0 승리했다. 전반 16분 터진 최병찬의 선제골을 잘 지켜 승자가 됐다.

승점 10을 확보한 강원은 3연패를 끊는 동시에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2위 김천 상무(14점)와 승점 차가 4에 불과한 만큼 연승을 타면 상승세도 기대할 상황이다.

지난해 준우승한 강원은 수석코치였던 정경호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변화에 직면했다. 유능한 코치로 축구판에서 유명했던 그는 팀 전체를 이끄는 사령탑으로 데뷔했다. 큰 기대를 안고 시작했지만 쉽지 않은 출발이다. 최근 3연패를 당하는 동안 단 한 골도 넣지 못할 정도로 득점력이 심각했다.

경기 전 정 감독은 “생각이 너무 많아 독이 됐던 것 같다. 수석코치 때는 심플하게 생각을 밀고 나갔는데 지금 생각이 많다 보니 악수를 두는 것 같다.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정 감독의 생각을 엿볼 장면이 후반 42분 나왔다. 후반 24분 교체 투입했던 공격수 가브리엘을 빼고 코바체비치를 투입했다. 가브리엘의 위치 선정, 수비 가담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가브리엘은 불만을 드러냈다. 교체된 후 곧바로 드레싱룸으로 향하려 했다. 정 감독이 다가가 껴안으며 달래 겨우 벤치에 앉혔다. 선수 입장에서는 화가 날 결정이다.

경기 후 정 감독은 “처음 감독이 된 후 상황 판단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제 눈에 보이는 것만 판단하자고 생각한다. 수석코치 시절처럼 하자고 했다. 앞으로 과감하고 내 스타일대로 대처할 생각”이라면서 “가브리엘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원하는 경기력이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모든 구성원이 알아야 발전할 수 있다. 가브리엘과는 미팅을 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브리엘 대신 들어간 코바체비치를 왼쪽 측면에서 광주 에이스 아사니를 막는 데 활용했다. 광주의 마지막 공격 시도 장면에서 공을 차단한 선수도 코바체비치다. 화가 난 가브리엘도 경기 후 승리 기념 촬영하며 미소를 보였다.

사령탑으로 일종의 성장통을 겪는 중인 정 감독은 ‘초심’으로 돌아가 팀을 이끌겠다는 각오다. 이날도 광주 ‘현미경 분석’을 통해 승점 3을 따냈다. 전반에는 강한 압박 후 빠른 공격 전환으로 기회를 만들었고, 후반에는 스리백으로 전환해 상대 공격을 차단했다. 존경하는 이정효 감독의 광주를 상대로 승리하면서 정 감독도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