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용일·정다워 기자] ‘1997년 도쿄대첩,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홍명보(57) A대표팀, 이민성(52) 22세 이하(U-22) 대표팀 감독은 한국 축구사에 영원히 기록될 두 기념비적인 업적을 함께 이룬 선후배다. 어느덧 한국 축구의 현재와 미래를 짊어진 수장이 됐다.
스포츠서울 창간 40주년(1985년 6월22일 1호 발행)을 기념해 만난 둘은 커다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 시절이 담긴 과거 본지 지면을 받아들고는 씩 웃었다. 감회가 새로워 보였다.


선수 시절 ‘영원한 리베로’라는 수식어를 안으며 네 번이나 월드컵 무대를 누빈 홍 감독은 1992년 스포츠서울 프로축구 대상 시상식 때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지면을 보더니 “부상으로 여행 상품권을 받았는데 이듬해 미국 월드컵 본선 조추첨이 열린 라스베이거스를 가보고 싶어서 사용한 기억이 생생하다”고 웃었다.


1997년 9월 28일. 일본의 심장 도쿄에서 열린 1998 프랑스 월드컵 예선 한일전(2-1 승)에서 종료 직전 왼발 중거리포로 결승골을 기록, ‘전국구 스타’가 된 이 감독도 오랜 추억을 더듬었다. 그는 “내가 신문에 그렇게 (크게) 나가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귀국해서 신문을 보고 굉장히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고 웃었다.
둘은 도쿄대첩 시절을 포함, 대표팀에서 스리백 요원으로 장기간 호흡을 맞췄다. 룸메이트도 지냈다. 홍 감독은 “민성이는 한마디로 평소 투덜대지만 결국 자기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후배였다”고 떠올렸다. 이 감독은 “대표팀 초년생 시절 아무것도 모를 때 홍 감독께서 많이 도와주셨다. 실력 뿐 아니라 뚜렷한 주관으로 팀을 이끄는 리더였다”고 말했다.

방송사 애국가 화면에도 등장한 도쿄대첩 당시 결승골 상황에 홍 감독은 “민성이는 빠르고 탄력이 좋은 전형적인 스토퍼다. 그런데 당시 자기 포지션이 아닌 곳에 있더라. 뒤에서 볼 때 (골대까지) 멀어 보였다. 패스할 타이밍에 줄 때를 못 찾다가 때린 것 같던데”라고 웃었다.
이 감독도 동의했다. “줄 곳이 없어서 앞으로 치고 나갔는데 공간이 확 뚫려 있더라”고 회상한 그는 “당시 차범근 감독께서 중거리 슛을 자주 주문했다. 왼발이 자신 있어 과감하게 때렸는데 발등에 맞는 느낌이 좋았다. 정말 짜릿했다”고 했다.

홍 감독은 “아마 골키퍼(가와구치)가 ‘설마 저기서 때릴까’ 하다가 당했을 것”이라며 “사실 난 속으로 ‘왜 때리지?’라고 생각했는데 골이 들어가서 칭찬해준 기억이 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도쿄대첩 결승골이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긴 터라 아직도 이 감독의 수식어로 붙는다. 그는 “주변에서 너무 사골처럼 우려먹는다고 놀리긴 한다”며 “내 인생에서 (한일월드컵보다) 도쿄대첩이 더 큰 일이다. 그 경기 아니었다면 누가 나를 알아보느냐. 식당에 가면 어르신이 밥을 많이 사주셨다”고 일화를 공개했다.
한국 축구의 강한 기운이 풍긴 도쿄대첩과 한일월드컵을 모두 경험한 두 사람은 지도자로 내년 각각 북중미 월드컵,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겨냥한다. 아시안게임 연령인 현재 22세 이하 일부 선수가 A대표팀 주력 요원으로 뛰는 만큼 두 수장의 케미는 중요하다.
이 감독은 이르게 A대표팀 우선론을 밝혔다. 홍 감독은 “굉장히 고마운 일이다. 다만 우리도 (아시안게임 해당) 선수를 불필요하게 부르면 안 된다. 선수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A매치 2연전(이라크·쿠웨이트전)을 예로 들었다.

같은 기간 호주와 데뷔전이자 평가전을 준비한 이 감독은 홍명보호의 주력이기도 한 해당 연령대의 배준호를 활용하기를 바랐다. 홍 감독은 배준호가 100% 컨디션이 아닌 점을 고려해 이민성호에서 감각을 끌어올리는 것도 좋다고 여겼다. 대신 쿠웨이트전(한국 4-0 승)을 앞두고 변수 발생 시 그를 부르기로 했다. 실제 부상 중인 손흥민, 경고 누적에 처한 문선민 등의 상황을 고려해 배준호를 추가 발탁했다. 호주전에서 예열한 그는 보란 듯이 멀티 도움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등 연령별 대표를 성공적으로 지휘한 적이 있는 홍 감독은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그는 “아시안게임, 올림픽에 나가는 선수는 병역 혜택이 걸려 있어 목표 의식이 강하다. 어느 팀보다 팀워크, 그리고 감독은 선수를 대하는 철학과 자세 등이 중요하다. 이 감독이 이런 특성에 맞게 선수를 잘 뽑아 목표를 이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도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홍 감독께서 월드컵 본선에 도전한다. 과거 올림픽 동메달을 넘어 월드컵에서 16강, 8강 이상을 해내시기를 응원하겠다”고 화답했다. kyi0486@sportsseoul.com,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