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최고의 순간이 담긴 옛 지면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스포츠서울 창간 40주년(1985년 6월22일 1호 발행) 인터뷰에서 만난 유승민(43) 대한체육회장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에서 세계 최강자 왕하오(중국)를 꺾고 역사적인 금메달을 차지한 순간이 담긴 21년 전 본지 지면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는 “(아테네 당시 핸드볼 여자 대표) 임오경 의원, (축구의) 신태용 김도훈 감독도 보인다.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며 함께 지면에 등장한 인물을 꼼꼼히 들여다봤다. 또 “과거 스포츠서울에서 탁구를 담당하신 고 신명철 기자께서 중고연맹 대회 단상에 올라 ‘행정이 이래도 되느냐’며 불합리한 제도를 용기 있게 지적하신 기억도 있다”면서 앞으로도 본지가 체육 개혁의 파트너이자 동력이 돼 주기를 바랐다.

◇취임 4개월 “100점은 못 줘도 100% 했다”

최근 취임 100일을 넘긴 유 회장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행보다. 체육회 105년 역사상 첫 여성 사무총장(김나미) 임명 등 파격 인선을 시작으로 스포츠개혁TF를 통해 최대 화두인 학교체육, 지방체육 정상화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특히 17개 지방체육회 순회 간담회로 현안을 점검하고, 역대 체육회장으로는 처음으로 학생선수 학부모와 간담회를 열었다. 전임 이기흥 회장 시절 논란이 된 스포츠공정위원회 역시 헌법재판관을 지낸 인사를 새 위원장으로 위촉했고, 이사회를 통해 체육회장의 3연임 도전을 원천봉쇄했다.

유 회장은 ‘취임 4개월간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줄 것이냐’는 말에 “100점은 줄 수 없지만 100%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현장을 다녔다. 내가 할 선에서 변화를 줬다. 다만 이전 체제에서 넘어온 걸 처리할 게 여전히 많다. 체육 개혁을 향한 워밍업 단계라고 본다”며 “유승민표 비전은 제대로 시작하지 않았다.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새 체육 정책 수립에도 참여 중이다. 스포츠개혁TF를 기반으로 한 의미있는 변화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변화? “빠르고 진취적인 체육회”

두드러진 변화를 외부보다 내부에서 먼저 찾았다. 유 회장은 “종목단체장(탁구협회) 시절 민원인의 입장으로 느낀 체육회와 지금의 체육회는 다르다. 직원이 진취적이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내가 더 열심히 해야한다는 마음이 들 정도”라고 웃었다.

이런 분위기에 유 회장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예산 삭감으로 주요 부서가 실무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기가 떨어진 걸 안타깝게 여겼다. 이기흥 전 회장 시절 갈등을 겪은 문체부는 ‘체육계 예산 집행 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체육회 예산을 전년 대비 약 33% 삭감했다. 체육회 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예산 4087억 6600만 원에서 1388억 8300만 원이 삭감, 2698억 8300만 원이 됐다. 최근 노조는 이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여기에 마케팅실을 회장 직속으로 두며 자체 수익사업을 그린 유 회장의 뜻도 공공기관에 따른 각종 제약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유 회장은 “100점을 못 준다고 한 것도 열정적으로 일하는 직원이 외부 상황으로 의기소침해서다. 현재 예산으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주기 어렵다”며 “더 많은 노력과 외부 도움이 필요한 만큼 나부터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대 화두 ‘체육 인식 개선’…“새 정부와 협력”

새 정부 출범 이후 과거 스포츠혁신위를 이끈 시민단체 출신 인사가 요직을 차지할 가능성이 대두하면서 체육계는 과거 혼란이 재현될 것을 우려한다. 당시 체육이 정치 논리에 휘청거리면서 선수, 지도자가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체육 정책을 새로 꾸리는 과정에서 현장 견해를 담아 실용성을 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유 회장은 “우리도, 정부도 편향적 사고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새 정부의 키워드가 전문성, 실용적 인사 아니냐”며 “역대 (체육회 회장 중) 나같은 전문가가 또 있었느냐. 추구하는 정책도 사견이 아니고 현장 견해를 검토해서 나온다. 정부가 유승민의 전문성, 폭넓은 사고를 신뢰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스포츠 법제 개혁 ▲지역균형 스포츠 발전 등 8대 정책을 제시했다. ‘노 스포츠, 노 퓨처(NO SPORTS, NO FUTURE·체육 없는 미래는 없다)’ 슬로건 아래 체육 정책이 사회 전체에 영향력을 끼치는 보편적 공공재 성격을 지닌 점을 강조했다. 체육에 관한 인식 개선과 더불어 국가 핵심 정책으로 거듭나기를 바랐다.

그는 “체육 정책을 내가 주도하겠다는 게 아니다. 체육회와 체육인의 전문성이 존중받으면서 다양한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의미”라며 “정부가 지향하는 방향성 역시 존중하고 협력하면서 세련된 정책을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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