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독일어 할 줄 아는 사람?”
미국 원정 평가전을 앞두고 축구대표팀 홍명보호에 합류한 ‘캡틴’ 손흥민(LAFC)은 ‘해외 태생 혼혈 선수’로는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드바흐)의 지근거리에서 적응을 돕고 있다.
카스트로프는 홍명보 감독이 지난 상반기부터 관찰해온 회심의 카드다. ‘순혈주의’ 정서가 강했던 A대표팀에 해외에서 태어나고 자란 혼혈 선수를 품는 것 자체가 도전이다. 홍 감독은 한국 국가대표가 되고 싶은 카스트로프의 진정성과 더불어 그의 재능을 인정하며 이번 미국 원정에 맞춰 호출했다.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카스트로프는 독일 연령별 대표를 지냈다. 이번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1부 무대까지 밟으며 성장을 지속했다. 독일축구협회(DFB)의 관심도 따랐지만 ‘어머니의 나라’ 한국의 A대표팀을 선택했다. 소집 전 ‘한국어 공부’에도 매진했다. 미국에서 동료, 코치진과 만난 그는 어설프지만 한국어로 인사를 나누며 태극전사로 녹아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국내 정서를 경험한 적이 없는 만큼 카스트로프가 대표팀에 이르게 녹아들기 위해서는 동료의 배려가 선결 조건이다.


손흥민부터 앞장서고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공개한 현지 훈련 영상을 보면 그는 독일어가 편한 카스트로프를 의식해 백승호(버밍엄시티) 이동경(김천상무) 등 분데스리가 무대를 경험한 후배에게 “옌스 좀 챙겨, 독일어 할 줄 알잖아”라고 웃으며 말했다.
손흥민은 카스트로프에게 이동경이 과거 한자 로스토프 등에서 활약한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자 카스트로프는 “로스토프? 좋은 팀”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손흥민과 동갑내기이자 현재 분데스리가를 누비는 이재성(마인츠)은 카스트로프와 적극적으로 소통해 눈길을 끌었다. “독일어 공부한 보람이 느껴진다”면서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손흥민은 “이재성 카메라 있다고 독일어하는 척 하느냐”고 농담했다.
낯선 대표팀에 첫 발을 내디딘 카스트로프는 스스로 롤모델로 여긴 손흥민 등의 배려 속에서 태극전사로 조금씩 거듭나고 있다.
카스트로프의 주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는 한국의 취약 포지션이다. 특히 그는 볼란치(수비형)에 탁월한 유형이다. 싸움닭처럼 거친 수비와 에너지 넘치는 활동량이 두드러진다. 공격 지향적이고 패스에 능한 미드필더를 그의 파트너로 두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중원 사령관’ 황인범(페예노르트)이 종아리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김진규(전북) 등 또다른 ‘패서’와 합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국제축구연맹(FIFFA)랭킹 23위인 한국은 7일 오전 6시(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해리슨의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미국(15위)과 A매치 평가전을 치른다. 한국은 미국전 사흘 뒤인 10일 오전 10시엔 테네시주 내슈빌의 지오디스파크에서 멕시코와 맞붙는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