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이소영 기자] “약속한 대로 (김)서현이 마무리로 등판한다.”

가을야구에서 속절없이 무너졌지만, 사령탑은 여전히 굳건한 신뢰를 보낸다. 플레이오프(PO)에서 불펜으로 활약한 문동주가 선발로 돌아간 가운데, 한화 마무리 투수 김서현(21)이 반등해야만 29년 만의 한국시리즈(KS) 우승에 가까워질 수 있다.

김경문 감독은 25일 진행된 KS 미디어데이에서 “경기 운용에 대해서 미리 말씀드리면, 말씀드린 대로 운영해야 한다”고 멋쩍게 말한 뒤 “(문)동주가 선발로 나가면서 약속한 대로 서현이를 마무리로 등판시킬 것”이라고 귀띔했다.

올시즌 한화는 꿈같은 시즌을 보냈다. ‘만년 하위권’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며 PO 직행 티켓을 따냈고, 삼성과 5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KS 무대까지 올랐다. 전신 빙그레 시절을 포함하면 7번째 KS 진출인데, 우승을 차지한 건 1999년 단 한 차례뿐이다. 21세기 들어 우승컵을 들어 올린 적이 전무한 만큼 구단도, 팬들도 이번 시리즈에 거는 기대가 상당하다.

올해 팀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한 한화는 리그 최강 외국인 원투펀치 등 탄탄한 마운드를 앞세워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팀 타율은 4위에 머물며 상대적으로 아쉬움을 남겼음에도, ‘무적’ 선발진과 불펜을 통해 현재 자리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올시즌 한화를 논하려면 김서현을 빼놓을 수 없다. 김서현은 셋업맨으로 활약하다가, 기존 마무리 주현상이 흔들리면서 보직을 변경했다. 올해 69경기에 나서 2승4패2홀드33세이브,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했다. 전반기 성적은 42경기, 평균자책점은 1.55. 당시만 하더라도 안정적인 피칭으로 마운드를 완벽 봉쇄했다.

한화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나 다름없었는데, 후반기 들어 페이스가 급격히 하향곡선을 그렸다. 8월에만 평균자책점이 8.44까지 치솟았고, 9월에는 1점대까지 낮추며 안정을 찾는 듯했지만, 10월 마지막 경기에서는 0.2이닝 4실점, 평균자책점 54.00의 최악의 성적표가 받아들였다. 설상가상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역전패를 허용한 탓에 정규시즌 1위 확정을 눈앞에서 놓쳤다.

문제는 포스트시즌(PS)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는 점이다. 1차전에서는 이재현에게 홈런을 헌납하며 0.1이닝 3안타 1홈런 2실점으로 고개를 떨궜고, 동점을 허용한 4차전에서는 김영웅에게 3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당시 김 감독은 “결과론일 뿐”이라며 “볼 자체는 좋았다. 맞다 보니 위축돼서 그런 것”이라고 감쌌다.

아직 우승을 향한 여정은 현재진행형이다. 사령탑의 믿음이 다시 한번 통할까. 김서현이 던지는 공이 한화의 가을을 결정한다. sshong@sportsseoul.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