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마리, 이광 개인전 11월 18일~12월 20일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한국적 색채의 ‘우주 호랑이’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상륙한다.

갤러리 마리는 11월 18일부터 12월 20일까지 이광 개인전 ‘우주 호랑이: 호랑이 여자로 산다는 것은(Cosmic Tiger:To live as a Tiger Woman)’을 연다.

오프닝 리셉션은 21일 금요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경희궁1길 35에 위치한 갤러리 마리에서 열린다.

이광은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뒤 포트폴리오 가방과 편도 비행기표 한 장만 들고 독일로 건너가, 독일 신표현주의 거장 마르쿠스 뤼퍼츠의 마이스터슐러린(수제자)로 성장한 작가다.

서구 현대미술의 한복판에서 기법과 태도를 익혔지만, 그가 결국 지향한 곳은 ‘한국적 신표현주의’라는 새로운 지형이다.

이번 전시에 걸린 ‘우주 호랑이’ 연작은 그 지향의 집약체다. 화면 중앙에는 커다란 눈망울과 길게 뻗은 속눈썹, 이글거리는 문양을 두른 호랑이 여인이 서 있다.

작가는 이 존재를 통해 샤머니즘과 불교적 상징, 전통 설화 속 호랑이와 사자 이미지를 뒤섞어 ‘여성의 몸으로 우주를 버티고 살아내는 힘’을 그려낸다.

갤러리 마리 정마리 관장은 초대 글에서 “이광의 호랑이 여인은 상처를 품은 채 살아내는 힘이자, 그 고통을 연민과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예술가의 선언”이라고 설명한다.

화면 가득 번지는 강렬한 색채와 두텁게 올린 물감, 원시적이면서도 유머가 스민 눈빛은 관객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이광의 작업에는 독일 작가 안젤름 키퍼의 영적 서사와 한국 무속의 신비, 동양의 종교적 상징이 동시에 배어 있다.

베를린과 서울, 역사와 신화, 인간과 우주를 잇는 다리를 놓듯, 캔버스 위 파편화된 기호들을 한 화면에 겹쳐 쌓는다. 관객은 그 층위를 따라가다 어느 순간, 호랑이 여인의 시선과 마주 서게 된다.

정마리 관장은 “이광의 붓끝에서 피어나는 빛과 숨결, 그리고 그 안에 깃든 치유의 울림 속으로 관객을 초대하고 싶다”고 밝혔다.

거칠게 일어선 선과 역동적인 색감 뒤에는, 여성으로서 예술가로서 살아온 시간을 통과한 작가의 고백과 싸움, 그리고 유머가 겹겹이 쌓여 있다.

이번 전시는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한다.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