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코미디언 박나래의 매니저 갑질 의혹이 연예계 전반으로 파장을 넓히면서 방송가에서는 ‘대비되는 사례’들이 잇따라 소환되고 있다.

가장 먼저 소환된 사례 중 하나가 기안84다. 기안84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에서는 6년 근무한 직원과 나눈 대화가 담겼다. 기안84는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말로 박씨의 퇴사를 직접 알렸다.

퇴사 이유를 묻자 박씨는 작가 활동과 굿즈 제작 등 개인 계획을 이야기한다. 여기서 대중의 시선이 멈춘 대목은 ‘이별의 분위기’다. 박씨가 “(기안84가) 한 장 반을 줬다”고 말하자, 기안84는 곧바로 “1억5000만원은 아니다”라고 정정한다.

이어 그는 직원 얼굴이 그려진 레터링 케이크로 소규모 송별회를 마련했고, 박씨는 “마지막 사장님이 사장님이어서 좋았다”고 말한다. ‘갈등이 없는 퇴사’가 콘텐츠로 남는 순간이자, 관계가 정리되는 하나의 표본으로 소비된 장면이다.

박명수의 사례가 다시 언급되는 이유는 ‘일상적 배려의 반복성’ 때문이다. 최근 매니저 한경호 씨가 SNS에 올린 글은 행사철 장거리 이동 상황을 담았다. 서울에서 경주까지 운전해야 하는 일정에서 충주 휴게소에서 박명수가 주유를 하고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는 내용이다.

사진까지 공개되며 화제가 됐다. 여기서 사람들의 관심은 “연예인이 운전했다”가 아니다. 장거리 이동이 반복되는 직업 구조에서 운전 부담이 사실상 매니저에게 집중되는 현실이 함께 떠오른다는 점이다.

박명수는 과거에도 여수 행사 이동 중 왕복 730km 가운데 약 300km를 직접 운전했다는 일화가 알려진 바 있다. 반복된 사례는 ‘우연한 미담’이 아니라 ‘습관’으로 읽힌다. 더 나아가 매니저는 방송에서 “월급도 또래보다 많아 늘 감사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장영란 사례는 ‘처우’라는 단어를 현실로 끌어내는 장면들로 구성돼 있다. 그는 과거 ‘라디오스타’에서 매니저와 스타일리스트의 낮은 급여를 언급하며 “내 계약금을 낮추든지 없어도 되니까 매니저들 월급을 올려달라”고 소속사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한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는 퇴사한 매니저들이 현장에 동행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한 전 매니저는 장영란이 퇴사 후 자동차 딜러로 전직했을 때 병원 차량 계약을 도와줬다고 밝혔고, 또 다른 전 매니저는 현재도 장영란 남편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근무한다고 언급했다.

장윤정이 소환되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그는 유튜브 채널 ‘도장TV’에서 “술 마시고 매니저를 기다리게 하는 건 안 된다”고 말하며 선을 그었다. 이어 “그건 고용노동부에 신고당할 일”이라는 표현까지 덧붙였다.

이 발언이 지금 다시 읽히는 이유는 ‘정서’가 아니라 ‘기준’이다. 친분이나 의리의 언어가 아니라, 고용 관계의 언어로 상황을 규정했기 때문이다.

박나래 논란처럼 매니저 업무 범위, 대기 시간, 사적 심부름 등이 쟁점으로 번질 때, 이런 발언은 “그 선은 넘지 말아야 한다”는 사회적 기준으로 기능한다.

박나래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사안은 전 매니저들의 문제 제기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 매니저 측은 직장 내 괴롭힘과 폭언, 특수상해, 대리처방 심부름, 진행비 미지급 등 복수의 의혹을 제기하며 법적 절차에 착수했다. 법원에 부동산 가압류까지 신청한 상태다.

박나래 측은 활동 중단을 선언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전 매니저 측은 “사과는 없었다”는 취지로 반박하며 맞서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논란은 해명 국면을 넘어 법적 판단으로 향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향후 수사와 법원 판단에 따라 파장의 범위와 책임 소재가 가려질 전망이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