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소녀 최가온, 2주 연속 월드컵 금메달 획득
2026 밀라노 동계올림픽 ‘금빛 항로’ 올라
“남은 대회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세계 정상은 우연이 아니었다. 반복되는 결과가 증명이다. 밀라노를 향한 ‘금빛 레이스’가 흔들림 없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중심에 선 최가온(17·세화여고)이 두 차례 월드컵을 연속으로 제패하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향한 금빛 항로에 올랐다.
최가온은 20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코퍼마운틴에서 열린 2025-2026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4.50점을 기록하며 정상에 올랐다. 지난주 중국 월드컵 우승에 이은 2주 연속 금메달이다.
이날 결선에서 보여준 최가온의 런은 완성도가 분명했다. 2차 시기, 주행 반대 방향에서 도약하는 스위치 백나인으로 과감히 문을 열었다. 이어 프론트사이드 나인과 백사이드 나인을 연속으로 연결하며 높이·회전·속도·안정성의 균형을 모두 잡았다. 안개와 변수가 많은 날씨 속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유일한 90점대 점수를 받았다. 2위 도미타 세나(일본·88.75점)와의 격차는 결과 이상의 의미를 담았다.

예선부터 흐름은 명확했다. 최가온은 93.00점으로 전체 최고점을 기록하며 결선에 올랐다. 2023년 12월 미국 대회에서 생애 첫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이후 개인 통산 세 번째 월드컵 정상. 이제 ‘기대주’라는 수식어는 더 이상 필요 없다.
경기 후 최가온은 “1차 런에서 넘어졌지만 2차 런에서 멘탈을 다시 잡았다”며 “날씨와 안개로 쉽지 않았지만 끝까지 집중하려고 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어 “두 번째 월드컵을 치르니 올림픽이 점점 가까워지는 게 느껴진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번 우승은 상징성이 크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이 종목 절대 강자 클로이 김이 출전한 대회에서 최가온이 정상에 올랐다는 점이다. 클로이 김은 예선을 통과했지만, 결선 연습 도중 몸 상태 이상으로 출전을 포기했다. 국제연맹은 “큰 부상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무게감이 다른 무대였다. 그 무대의 중심에 최가온이 섰다.

2018 평창·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연속 제패한 클로이 김과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최가온. 내년 2월 밀라노에서는 이 둘의 ‘금메달’ 경쟁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시즌 초반 두 차례 월드컵을 연속으로 석권한 최가온의 페이스라면, 그 무대는 더 이상 꿈이 아니다.
17세, 아직 어리지만 기술 선택과 경기 운영은 노련했다. 2주 연속 세계 정상 등극은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최가온이 밀라노를 향해 가장 안정적인 궤도를 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음 하프파이프 월드컵은 2026년 1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다. km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