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악수(惡手)가 길어지고 있다. 뉴진스가 어도어 복귀를 선언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침묵은 계속되고 있다. 컴백도, 사과도 없다.

지난해 11월 해린과 혜인을 시작으로 12월 하니까지, 멤버들이 어도어에 복귀했으나 뉴진스의 향후 행보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민지는 합류 여부가 불분명하고, 어도어와의 계약이 해지된 다니엘은 약 43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놓였다. 기존 5인조 완전체는 와해된 셈이다.

상반기 컴백 여부도 안갯속이다. 뉴진스는 2024년 5월 발표한 ‘하우 스위트(How Sweet)’ 이후 앨범 공백기가 1년 7개월을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 컴백마저 무산된다면 공백은 2년에 달하게 된다. K팝 아이돌 컴백 주기를 고려하면, 사실상 커리어 단절과 다름없다.

뉴진스가 분쟁에 발이 묶인 사이, K팝 시장의 주도권은 완전히 옮겨갔다. 소위 ‘4세대’ 라이벌로 언급되던 에스파와 아이브는 지난해 각종 시상식을 석권하며 정점에 올랐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5세대’ 후배 그룹들의 약진까지 고려하면 뉴진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현실적으로 곡 수급 및 녹음 등 앨범 제작 기간을 따져볼 때, 이른 시일 안에 활동 계획이 확정되지 못한다면 상반기 컴백은 물리적 한계가 따른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문제는 뉴진스가 복귀보다 가장 시급한 ‘신뢰 회복’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이돌에게 이미지는 가장 강력한 브랜드이자 핵심 무기다. 그러나 이들은 복귀 선언 이후에도 실추된 브랜드를 재건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어도어와의 지루한 줄다리기를 이어가며 대중과의 ‘신뢰 회복’은 계속 방치 중이다.

멤버들이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 뉴진스에게 절실한 것은 복귀 여부보다 복귀의 명분이다. 컴백만 하면 예전의 인기를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착각에 가깝다.

대중은 뉴진스 멤버들이 분쟁 과정에서 보여준 언행에 일종의 충격을 받았다. 이들이 음악 활동에서 내세웠던 순수한 이미지와 정면으로 배치됐기 때문이다. K팝 시스템을 통해 부와 인기 등 막대한 수혜를 입었음에도, 외신을 통해 시스템을 폄훼하고 혁명가를 자처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직장 내 괴롭힘을 주장하며 국가 제도의 도움을 요청하면서도, 정작 법원이 독자 활동에 제동을 걸자 사법부의 판단을 경시하는 모순적 태도를 취했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분쟁에 동료 아티스트들을 끌어들여 피해를 준 것에 대해 지금껏 단 한 마디의 사과나 언급도 하지 않는 행보는 대중의 실망감을 극대화했다. 이 탓에 계속되는 뉴진스의 침묵은 동료들을 향한 과거의 적대적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울 뿐이다.

뉴진스가 끝내 사과 없는 복귀를 택한다면 이는 최악의 수가 될 수밖에 없다. 이미지가 훼손된 상태에서 내놓는 노래와 춤은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잃기 때문이다. 지금 뉴진스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다. 자신들의 언행이 대중과 동료에게 남긴 상처를 직시하고, 결자해지하는 용기다.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