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허전하다. 아무리 친목 연합으로 이뤄진 ‘정치질’이 피로감을 준다고 하지만, 그 안에서 공정한 싸움을 보는 것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맛인데, 온데간데없다. 오롯이 데스매치만 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화룡점정만 보는 것은 마치 짜장면을 시켜놓고 고명으로 얹어진 계란만 먹는 셈이다. 넷플릭스 예능 ‘데스게임’의 첫인상이다.

서사가 없다. 제작진이 캐스팅한 인물 간의 단판 승부만 있다. 워낙 뛰어난 인물들이 왔고, 자존심이 걸린 승부다 보니 서스펜스가 생기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짙은 아쉬움도 남는다. 이렇게 캐스팅을 잘했는데, 겨우 게임 한 판으로 끝낸다는 게 서바이벌 팬들에게는 씁쓸한 포인트다.

분명한 이유가 있다. 기획 의도 자체가 ‘브레인 밥 친구’다. 식사하며 40분 정도 가볍게 즐기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지향했다. 너무 수준이 높아지고 복잡해진 기존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진입장벽을 대폭 낮추겠다는 의도다.

연출을 맡은 권대현 PD는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데스게임’ 예고가 나왔을 때 사람들이 합숙해서 최후의 1인을 가려내는 거창한 서바이벌을 기대하더라. 하지만 기획 자체가 매주 한 편씩 즐기는 ‘일일 예능’이었다”며 “데스매치 형식을 빌려와 일주일에 한 게임씩, 마치 지하철에서 스도쿠 퍼즐을 풀듯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라이트한 게임 서바이벌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클 수밖에 없다. 홍진호와 이세돌의 대결, 혹은 포커 플레이어 세븐하이와 홍진호의 승부를 길게 보고 싶은 시청자의 욕망을 단 한 판으로 끝내니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특히 홍진호가 세븐하이와의 대결 후 도전을 멈추게 되면서 상실감을 남겼다. 게임이 재밌어서 아쉬움이 더 큰 셈이다.

이 프로그램의 재미 중 하나는 속도감이다. 비교적 게임이 직관적이다. 두 사람의 대결이기 때문에 난이도가 아주 높진 않다. 룰 설명만 20분이 넘어가는 기존 서바이벌과 달리, ‘데스게임’은 약 5분 내외의 설명 후 바로 본 게임으로 돌입한다. 여기에 박상현 캐스터와 장동민의 해설이 몰입을 돕는다.

“장동민은 해설자로서 더할 나위 없다고 판단했어요. 플레이어로서 더 이상의 우승도 무의미하고요. 박상현 캐스터는 텐션이 좋기도 하고, 이 뾰족한 승부에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강한 승부사들이 펼치는 한 판의 게임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특히 홍진호와 세븐하이의 대결은 숨이 막힐 정도로 흥미진진했다.

“서바이벌은 코어 팬들이 많아요. 그래서 신경이 더 많이 쓰이더라고요. 비판도 적지 않았어요. 그래도 관심이 있다는 방증이겠죠. 저희는 빠르게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에요. 보통 일일 예능이 25분 정도인데, ‘데스게임’은 그렇게까지 압축이 불가능해서 약 40분 정도 분량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세돌, 홍진호, 세븐하이, 유리사 등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검증된 승부사들이 나오는 한편, 펭수와 배우 박성웅, 빠니보틀, 양나래 변호사 등 새 얼굴들의 등장은 신선함을 준다. 특히 펭수는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유리사를 제압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반은 검증된 인물들, 또 다른 절반은 새 얼굴이에요. 가볍게 다가가는 게 목적이다 보니 ‘밥 친구 뇌지컬 프로그램’이란 캐치프레이즈 하에 의외의 인물들을 섭외했죠. 펭수는 상당히 똑똑하고 재능이 있는 데다, 표정을 읽을 수 없다는 강점이 있어 잘할 것 같았어요. 박성웅 씨는 승부욕이 강하고 스마트하시고요. 변호사님이나 아이돌 등 두뇌 회전이 빠른 새로운 분들을 모셔봤습니다.”

일단 주사위는 던져졌다. 시즌1은 12부작이다. 이 이후엔 스케일이 커질 수도 있다. 시드를 받거나, 리그제로 확장할 수도 있다. 현재 하루에 두 게임씩 진행되는데, 연달아 게임을 벌이면 핸디캡이 생길 수 있어 최대한 휴식 시간을 제공한다.

“하루에 두 게임을 하는 사람과 한 게임을 하는 사람 간의 대결은 공정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더라고요. 워낙 뇌를 많이 쓰니까 그럴 수 있죠. 그래서 앞뒤 간격으로 최대한 휴식 시간을 보장해 출연자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게임에 임할 수 있게 해요. 저희 의도가 잘 전달돼서 오랫동안 방송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