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 이기는 문화 접목한 김태형 감독
“그림은 그려졌다”…무한 경쟁이 만든 건강한 긴장감
승리 DNA 심어진 롯데

[스포츠서울 | 타이난=박연준 기자] “감독 계약 마지막 해라는 건 중요하지 않다. 내가 없어도 롯데라는 팀은 그대로 남지 않나. 중요한 건 롯데가 스스로 강해지는 법을 깨달았다는 점이다.”
‘우승 청부사’ 김태형(59·롯데) 감독의 시선은 ‘계약 마지막 해’라는 틀을 이미 벗어나 있었다. 보통 계약 마지막 시즌을 맞이한 수장이라면 으레 성적에 급급해 단기적인 성과에 매몰되기 쉽지만, 김 감독은 달랐다. 본인의 미래보다 롯데라는 팀이 갖춰야 할 ‘이기는 문화’와 ‘지속 가능한 강함’을 역설했다. 비로소 명장이 왜 명장인지를 증명하는 대목이다.

김 감독이 이번 캠프에서 가장 만족해하는 부분은 선수단의 ‘의식 변화’다. 현재 롯데는 철저히 ‘팀’을 위해 움직인다. 7일 타이난 현지에서 만난 김 감독은 “선수들의 기량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도 있지만, 전체적인 중심이 잡혀가고 있다. 팀을 위해 어떻게 경기해야 하는지 머릿속에 정립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 과정은 결코 부드럽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김 감독은 때로 의도적인 ‘희생’을 요구하며 팀 분위기를 다잡았다. 그는 “선참 선수들에게 일부러 무리한 임무를 줘보기도 했다. 선배들이 힘들어도 팀을 위해 던지는 모습을 보고 후배들이 ‘형들도 저렇게 하는데 나도 해야지’라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캠프의 만족도는 최상이다. 작년 이맘때보다 선수들의 기량이 눈에 띄게 올라왔다는 것이 김 감독의 평가다. 그는 “선수들이 몸을 잘 만든 것도 있지만 연습할 때 보여주는 집중력이나 기량 자체가 다르다. 전체적으로 기틀이 잡혔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구체적인 전력 구성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국군체육부대에서 돌아온 한동희의 활용법부터, 외야 경쟁 구도까지 김 감독의 머릿속에는 이미 여러 장의 시나리오가 그려져 있다. 특히 한동희에게 1루와 3루 수비를 병행시키고, 기존 외야수들과 새로운 도전자인 손호영 등을 경쟁시키는 과정에서 ‘건강한 긴장감’이 맴돈다.
김 감독은 “본인들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구성해놓고 경쟁시키다 보면 서로 자극을 받는다. 다만 그 부담감이 기량을 억누르지 않도록 세밀하게 지켜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김 감독은 ‘마지막 해’라는 세간의 시선을 유쾌하게 넘겼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김태형이라는 이름 뒤에 남을 롯데의 모습이다. “내가 있건 없건 롯데는 계속된다. 그렇기에 이 팀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의 말에는 롯데를 향한 진심 어린 애정이 담겨 있었다.
팀의 체질을 바꾸고 선수들에게 승리의 DNA를 심어주는 과정, 그리고 혹시나 자신이 떠난 뒤에도 그 강함이 유지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하는 태도야말로 김태형을 명장이라 부르는 진짜 이유다. 대만 타이난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김태형 감독이 빚어낸 ‘강한 롯데’의 실체는 이제 곧 사직구장에서 증명된다. duswns06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