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에서 올림픽 중계까지 ‘승우아빠’의 파격 변신

팬과 소통…올림픽 중계 풍경을 바꾼 새로운 실험

네이버, 치지직 통해 ‘중계차 없는 올림픽’ 완성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 도전하고파”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두려움이 앞섰는데,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영국 BBC, 프랑스 RMC, 이탈리아 RAI. 전통의 방송사들이 자리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 중계석 한가운데, 낯익은 얼굴이 앉아 있었다. 138만 구독자를 보유한 크리에이터 ‘승우아빠’다. 요리사 출신 유튜버가 올림픽 공식 중계석에 앉았다. 그 자체로 올림픽 중계의 풍경을 바꿨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네이버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은 팬 참여형 중계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 중심에 ‘승우아빠’가 있었다. 스트리머가 IOC 중계석에서 현장 제작과 송출을 병행한 것은 세계 최초다.

요리 콘텐츠 생방송 중 오븐 조리 시간이 길어지면서 휴대폰 게임을 켜 시청자들과 잡담을 나눈 것이 게임 채널 개설의 계기다. 그렇게 요리사에서 게임 크리에이터가 됐고, 종합 스포츠대회 중계까지 영역을 넓혔다.

실제로 그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롤)를 즐기는 이용자다. 탑 포지션 골드 티어라고 했다. 쇼트트랙 신성 임종언이 ‘롤’을 즐긴다고 하자, ‘승우아빠’는 “그래서 님 티어가?”라는 이른바 ‘그님티’ 질문을 던졌다. 임종언이 “골드지만 실력은 챌린저”라며 받아쳤다. 채팅창은 순식간에 폭발했다.

올림픽 중계는 그에게도 도전이었다. ‘승우아빠’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땐 두려움이 컸다. 스포츠 중계 경험이 없다. 쇼트트랙과 피겨에 대한 지식도 부족했다”며 “관련 종목을 공부했고, 그 과정이 재미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여자 3000m 계주에서 쇼트트랙 첫 금메달이 나온 장면을 꼽았다. ‘승우아빠’는 “동료들과 호들갑을 떨면서 기뻐했다”며 “태극기를 펼쳐 응원하려다 순간 뒤집혀 있는 것을 보고 당황해서 황급히 정위치로 옮겼다”는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이번 중계는 기술적으로도 실험이었다. 네이버는 중계차 없이 5G 통신망을 기반으로 스마트폰, 소형 인코더 장비만으로 현장을 송출했다. 기존 방송사와 다른 경량화 모델을 구현했다.

‘승우아빠’는 순발력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했다. 그는 “외국인 선수 이름 발음을 틀려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까 봐 걱정이 컸다. 스포츠 캐스터들의 노고를 새삼 느꼈다”고 했다.

향후 국제대회 중계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더 공부해야 한다. 요리 콘텐츠와 e스포츠에 집중하면서 차근차근 성장해야 할 것 같다. 다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 도전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밀라노에서 그가 보여준 건 단순한 ‘유튜버의 이벤트 중계’가 아니다. 팬과 실시간으로 호흡하며 현장의 감정을 공유하는 새로운 스포츠 시청 문화의 실험이었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