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겨울 바람에도 러닝을 사랑하는 이들은 움츠러들지 않았다. 한겨울용 방한 러닝 제품의 인기도 여전했다. 꽃이 피는 봄이 오면 공원과 거리 곳곳에서 이어지는 러닝 행렬은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일부는 이들이 길을 막는다며 불편함을 토로하고, 또 다른 일부는 이를 일시적인 유행으로 치부한다. 그러나 오늘날 웰니스 트렌드와 맞물려 확산되는 러닝 커뮤니티 문화는 단순한 붐을 넘어 하나의 생활 방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웰니스와 러닝이 일상의 문화로 자리한 유럽을 보면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특히 웰니스의 궁극적 지향점인 ‘삶에 대한 만족과 행복감’ 지표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해온 덴마크는 주목할 만하다. 이에 덴마크의 대표 러닝 커뮤니티 ‘MK러닝’의 창립 멤버 리네 카이서(Line Kejser)를 만나 러닝 커뮤니티가 지향해야 할 이상적 방향과 사회적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MK러닝클럽’을 소개해 달라. 5년 전 코펜하겐의 ‘Mad & Kaffe’에서 매주 금요일 러닝 후 아침 식사를 함께하는 모임으로 시작했다. 반응이 좋았고, 1년간 꾸준히 운영되면서 점차 전문성을 갖춘 러닝 클럽으로 성장했다. 현재는 1만5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커뮤니티로 확대됐으며, 마라톤 대회에 함께 출전하거나 거리와 목적에 따라 세분화한 소규모 그룹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덴마크 하면 ‘휘게(hygge)’ 문화가 떠오른다. MK러닝클럽에도 휘게 요소가 있나? 물론이다. 시작부터 ‘러닝 후 커피 타임’이 콘셉트였고, 카페가 호스트 공간 역할을 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편안한 시간을 나눌 수 있었다. 여름 파티를 열고 스포츠 리조트로 함께 여행을 가기도 한다. 이런 휘게적 요소가 MK러닝클럽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운동 커뮤니티가 젊은 세대에게 이성을 만나는 공간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덴마크도 마찬가지다. 나 역시 MK러닝클럽에서 남자 친구를 만났다(웃음). 비슷한 관심사와 가치관을 공유할 때 건강한 관계가 지속된다고 생각한다. 함께 달리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마라톤이라는 목표를 세워 도전하고 훈련하는 과정은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신뢰를 쌓는 시간이 된다.
다양한 스포츠 중 러닝 커뮤니티가 특히 인기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특별한 장비 없이 옷과 운동화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고, 기술이나 자격 요건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접근성이 높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또 혼자 달릴 때보다 여럿이 함께하면 훨씬 수월하게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러닝 커뮤니티는 일종의 ‘팀 스포츠’이며, 서로를 북돋고 함께 성장시키는 힘을 지닌다.
러닝 크루가 거리를 점유해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다. 덴마크에서도 늘 유념하는 부분이다. 많은 인원이 모이면 안전 문제와 타인의 불편이 뒤따를 수 있다. 그래서 선두 주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2열로 정렬해 달리고, 주의 사항은 사인으로 공유하는 등 내부 매뉴얼을 만들어 운영한다. 누구에게도 불편을 주지 않겠다는 원칙이 기본이다.
서울 신사동 ‘애시드 하우스’에서 MK러닝클럽과 유사한 모임을 진행했다. 소감은 어땠나? 도시만 달랐을 뿐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굳이 차이를 꼽자면 한국 참가자들이 처음에는 조금 더 수줍어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러닝을 마치고 나면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분위기가 무르익는 데 걸리는 시간의 차이일 뿐, 러닝 커뮤니티라는 ‘안전지대’ 안에서는 어디서든 사람들은 더 열린 태도를 갖게 된다.
앞으로 러닝 커뮤니티가 나아가야 할 이상적 방향은 무엇인가?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차별과 혐오, 경직된 문화를 조금 더 유연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함께 달리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 가볍고 유쾌한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또 러닝과 요가, 명상 같은 내향적 세션을 결합해 균형을 추구하는 시도도 중요하다. 러닝은 카페, 패션, 화장품 등 다양한 산업과의 협업 가능성도 크다. 그런 잠재력을 확장하며 함께 성장해 나가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