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남았다.

긴 시간을 함께 보낸 인물과의 작별에서 오는 아쉬움, 그리고 그 시간을 잘 건너왔다는 안도감이다. 배우 하윤경에게 tvN 토일드라마 ‘언더커버 미쓰홍’은 그런 의미의 작품이었다.

1990년대 세기말 여의도를 배경으로 한 레트로 오피스 코미디 ‘언더커버 미쓰홍’은 30대 엘리트 증권감독관 홍금보(박신혜)가 수상한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 위해 20대 말단 사원으로 위장 취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당시 직장 문화와 사회 분위기를 코믹하게 풀어낸 이 작품은 방송 내내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최종회는 시청률 10%대를 넘기며 의미 있는 성과로 마무리됐다.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하윤경은 “이렇게까지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실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16부작이라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어요. 막상 방송으로 보니까 금방 지나갔죠. 마지막 회가 가까워질수록 ‘조금만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청률이 10%를 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감개무량했어요. 사실 방송 초반에 공약을 하나 걸었거든요. 시청률이 10%를 넘으면 춤을 추겠다고 했는데, 막상 숫자를 보니까 ‘괜히 말했다’ 싶으면서도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극 중 하윤경은 한민증권 사장실 비서 고복희를 연기했다. 회사 안에서는 사회생활의 달인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개인적인 사연과 내면의 균열을 동시에 품고 있는 캐릭터다. 차갑고 계산적인 태도와 예상 밖의 인간적인 면모가 공존한다. 이야기 속에서 가장 입체적인 변화를 겪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에서 하윤경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캐릭터의 설득력이었다. 고복희라는 인물은 단순한 악역이나 코믹 캐릭터로 소비되기 쉬운 설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홍금보라는 인물은 그 시대의 틀을 깨는 캐릭터예요. 반면 복희는 그 틀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미스 고’라고 불리는 여성 직원들이 있었던 시대잖아요. 커피를 타는 게 자연스러웠던 직장 문화 속에서 살아온 여성의 모습이기도 하죠. 그래서 초반에는 복희가 최대한 규칙 속에 갇혀 있는 사람처럼 보이길 바랐어요. 머리카락 한 올도 흐트러지지 않게 정리된 모습처럼요. 그 상태에서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촬영 현장에서 배우 박신혜와 호흡을 맞추며 얻은 배움도 컸다. 박신혜를 보면서 ‘주연의 무게’가 무엇인지 느꼈다.

“현장에서 필요한 이야기를 제작진에게 전달할 때도 굉장히 예의 있고 부드러운 방식으로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신인 배우들이나 조연 배우들은 쉽게 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는데, 언니는 분위기를 상하지 않게 하면서도 필요한 말을 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걸 보면서 ‘저게 진짜 리더십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윤경에게는 이미 많은 시청자가 기억하는 별칭이 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얻은 ‘봄날의 햇살’이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여전히 그 이름으로 불린다. ‘우영우’의 시즌2에 대한 기대 역시 여전히 크다. 또 다른 인기작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역시 비슷한 마음이다.

“배우 이름 대신 그런 좋은 별명이 붙는다는 건 굉장히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시청자 입장에서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해요. 최수연이라는 인물이 변호사로서 어떻게 성장했을지도 궁금하고요. 만약 시즌2 제안이 온다면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고 싶습니다. 새 시즌 이야기를 들은 건 없지만, 만약 제작된다면 당연히 합류하고 싶어요. 작품들 모두 저에게는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었거든요.”

‘우영우’의 따뜻한 변호사에서 ‘언더커버 미쓰홍’의 복잡한 회사원까지. 서로 다른 얼굴의 인물을 연기하며 필모그래피를 넓혀가고 있는 하윤경은 앞으로도 그 흐름을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연기를 할수록 어렵다는 걸 더 많이 느껴요. 그래서 계속 배우고 싶어요. 좋은 배우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좋은 사람이 되어야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