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포심으로 던져라. 체인지업이나 싱커 던지면 안받아버릴라니까.”
‘정후 아버지’ 이종범(56·전 KT코치)이 현역 시절이니까 10년도 훌쩍 지난 얘기다. 8개구단 시절엔 KBO리그 야구장도 꽤 노후했다. 관중석 높이도 낮은데다 구장 방향도 제멋대로였다.
요즘은 홈팀이 1루 더그아웃을 쓰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옛날 구장은 3루를 홈으로 쓰는 경우도 종종 있다. 구장 방향 탓에 오후부터 석양이 질 때까지 햇빛이 1루 더그아웃을 직격했기 때문이다.
그라운드로 시선을 돌리면, 1루수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본다. 특히 3루수나 유격수가 던지는 공은 관중석 뒤에 걸린 태양과 일직선이 되기 일쑤. 대구, 목동 등이 ‘1루수들의 무덤’으로 통할 정도였다.
반대로 ‘군기반장’이거나 ‘무서운 선배’가 1루수로 나서면, 후배 내야수들이 잔뜩 긴장했다. 송구 높이가 어정쩡하거나 테일링이 생기면 곧바로 불호령이 떨어졌다. 햇빛에 공이 들어가면 감각으로 포구할 수밖에 없다. 송구가 휘거나 떨어지면 미트를 대지 못한다. 경기 흐름을 내줄 수도, 다칠 수도 있다. 불호령이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이종범은 “김성한 선배가 1루에 있으면 ‘변화구 던지면 가만 안둬’라는 말씀을 정말 많이 하셨다. 급하면 포심 그립을 제대로 쥐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얼마나 긴장했는지 모른다”며 웃었다. 특히 3-유간 깊은 타구는 빠르게 멀리 던져야 해 그립을 신경쓸 여유가 없는데도 ‘직선으로 날아가는 송구’를 만들어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였다.
돌아보면 류중일 이종범 류지현 박진만 등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유격수들은 포구 후 글러브에서 공을 빼는 동작이 매우 빨랐다. 송구도 빨랫줄처럼 날아갔다. 강견이기도 했지만, 정확하게 던지는 감각이 ‘선배들의 불호령’을 만나 완성된 셈이다.

새삼 오래된 얘기를 꺼낸 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전 때문이다. 2회말 선취점을 주는 과정이 두고두고 아쉽다. 김주원의 송구가 80~90년대 명 유격수처럼 직선으로 날아들었다면,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의 홈 쇄도를 저지하지 않았을까.
물론 3회말 후안 소토의 홈 질주 때는 테일링이 살짝 있는 김주원의 송구가 완벽에 가까웠다. 딜리버리 위치에 따라 송구 강도와 방향을 조절할 수는 없을까. 선배 내야수들은 똑같이 입을 모은다.
“똑바로 안던지면 엄청 혼나는데, 될 때까지 (훈련)해야지. 하다보면 돼!” zzan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