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롯데전 4이닝 10피안타 7실점 ‘악몽’

최고 시속 149㎞ 강속구 무색했다

KT 시절 리그 최정상급 위력 어디로

[스포츠서울 | 사직=박연준 기자] 한화가 지난시즌을 앞두고 프리에이전트(FA) 78억원을 투자해 영입한 엄상백(30). 지난시즌과 마찬가지로 올시즌도 시작이 좋지 못하다. KT 시절 리그를 평정했던 주무기 체인지업이 날카로움을 잃은 모양새다. 개막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터진 선발 난조에 한화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엄상백은 2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6 KBO리그 롯데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무려 10개의 안타를 내주며 7실점으로 무너졌다. 총투구수 63개 중 스트라이크가 47개에 달할 정도로 공격적인 투구를 펼쳤고, 속구 최고 구속도 시속 149㎞까지 찍혔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엄상백의 전매특허였던 체인지업이 실종됐다. 이날 허용한 7실점 중 결정적인 실점 상황마다 체인지업이 화근이 됐다. 떨어지는 각도가 밋밋해진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존 한복판으로 몰리면서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에 정타로 걸려 나갔다.

불과 3년 전인 2023시즌, 엄상백의 체인지업 구종 가치는 15.7로 리그 최상위권에 해당했다.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던 ‘마구’와 같았다. 하지만 한화 유니폼을 입은 뒤 그 위력이 급격히 감퇴했다. 지난해 구종 가치가 2.4까지 수직으로 하락하더니, 올봄 시범경기에서도 반등의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무기가 무뎌지니 투구 전체의 밸런스가 흔들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형국이다.

78억원이라는 거액의 FA 계약은 엄상백에게 양날의 검이 된 모양새다. 기대치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여전히 남아 있는 탓인지 강점이었던 정교한 코너워크 제구력마저 실종됐다. 속구의 구속은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확실한 결정구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정규시즌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하기엔 무리가 있다.

체인지업을 이 정도면 없앨 필요도 있다. 계속 얻어 맞는데, 끌고 갈 이유가 있나. 엄상백은 속구, 커브, 체인지업 세 구종을 구사한다. 워낙 속구 구위가 훌륭한 투수 아닌가. 오히려 속구 위주 투구하는 것에 커브만 더한 ‘투 피치’로 집중해서 던진다면 어떨까 생각이 들 정도다.

사직에서 맛본 7실점의 쓴맛이 예방주사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시즌 내내 이어질 잔혹사의 서막이 될지는 결국 본인의 손끝에 달렸다. duswns06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