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이제 ‘재기’가 아니라 ‘데뷔’ 한다는 마음으로 새 앨범을 준비하며 여러분 곁으로 천천히 다가가겠습니다.”

6년의 긴 공백도, 모진 풍파도 무대 위 가수의 본능을 꺾을 순 없었다. ‘국민 가수’ 김건모가 6개월에 걸친 전국투어 대장정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긴 세월의 여백이 무색하게 여전히 완벽에 가까운 가창력을 지녔고, 유머는 더 날카로워졌다.

김건모는 지난 21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5-26 김건모 라이브투어’ 서울 공연을 끝으로 성대했던 투어의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해 9월 티켓 오픈 2분 만에 매진을 기록했던 부산 공연을 시작으로 대구, 수원, 대전, 인천, 창원을 거쳐 당도한 서울 공연 역시 6000석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그의 굳건한 티켓 파워를 입증했다.

이번 투어는 단순한 콘서트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김건모 인생에서도 볼 수 없었던 긴장의 순간이었다. 2019년 억울한 피소로 활동을 전면 중단한 뒤 무혐의 처분을 받기까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은 개인사의 아픔까지 모두 견뎌낸 김건모가 대중 앞에 다시 서는 진정한 귀환의 장이었기 때문이다.

시작은 늘 차가울 수 밖에 없었다. 김건모에게 남은 상흔이 팬들에게도 남아있어서다. 팬들의 우려와 묘한 긴장감은 마이크를 잡은 김건모의 천연덕스러운 입담에 곧 눈 녹듯 사라졌다. 투어 내내 그는 자신의 아픔마저 개그로 승화시키는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줬다. “광고에서 홍삼은 6년근이 좋다길래 1년 더 쉬고 나타났다”는 너스레부터, 조공을 능청스럽게 요구하고 팬들과 격의 없이 티키타카를 주고받는 모습은 전성기 시절 그대로였다.

서울 피날레 공연의 입담은 한층 더 날이 서 있었다. 마침 같은 날 광화문에서 방탄소년단(BTS)의 공연이 열린 것을 오히려 개그의 소재로 삼았다. 김건모는 “BTS는 광화문에서 국위선양을 하고, 저는 잠실에서 여러분과 함께하겠다. 방탄소년단은 BTS지만 내 팬클럽 이름은 KFC(김건모 팬 클럽)”라고 받아쳐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후반부에는 “지금 광화문 상황은 좀 어떠냐, 190개국 송출? 우린 그런 거 없다”며 특유의 엇박자 유머로 현장을 쥐락펴락했다.

말을 할 때는 쉴 새 없이 웃음을 주다가도, 전주가 흐르고 노래가 시작되면 김건모는 다시 압도적인 뮤지션으로 돌변했다. 환갑을 앞둔 나이임에도 약 3시간 동안 27곡에 달하는 세트리스트를 홀로 소화했다. ‘핑계’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스피드’ ‘잘못된 만남’ 등 K팝의 역사를 관통하는 메가 히트곡들이 쏟아질 때마다 객석에선 엄청난 떼창이 터져 나왔다. 특유의 비음과 피아노 건반 위를 노니는 자유로운 창법은 6년의 세월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김건모는 매 공연마다 긴 시간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팬들을 향해 넙죽 큰절을 올리며 엔딩곡 ‘사랑합니다’로 화답했다. 무대를 온전히 즐기며 관객의 마음을 웃기고 울리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대가수다. 모진 시련을 딛고 다시 피아노 앞에 앉은 김건모가 새 앨범과 함께 써 내려갈 ‘두 번째 데뷔’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