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넷플릭스가 제대로 작정했다. 학원물의 풋풋함 위에 오컬트와 죽음, 저주를 덧입힌 ‘기리고’는 단순한 청춘 호러를 넘어 ‘K 하이틴 호러’라는 새로운 장르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난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리고’는 소원을 이뤄주는 애플리케이션 ‘기리고’의 저주로 인해 죽음을 예고받은 고등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초반 분위기는 익숙한 하이틴 드라마에 가깝다. 육상선수 커플인 세아(전소영 분)와 건우(백선호 분)의 풋풋한 청춘 서사로 포문을 연다. 그러나 허위매물이다. 이들의 절친인 형욱(이효제 분)이 ‘기리고’ 앱에 소원을 빈 뒤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분위기는 순식간에 뒤틀린다.

설정 자체는 단순하다. 앱에 소원을 빌면 그것이 현실이 되지만 결국 대가는 죽음으로 돌아온다. 익숙한 도시괴담의 구조를 가져오면서도 ‘죽음’이라는 본능적 공포와 직접 연결되며 강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특히 스마트폰과 애플리케이션이라는 현대적 소재를 활용해 10대들의 현실과 맞닿은 공포를 끌어낸 점이 인상적이다.

‘기리고’는 단순한 학원 호러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적 오컬트를 결합했다. 하준(현우석 분)이 신내림을 받은 후 ‘강하영’에서 ‘햇살’(전소니 분)로 개명한 친누나와 남자친구 방울(노재원 분)을 찾아가면서 이야기는 또 다른 국면을 맞는다.

이들의 등장과 함께 현실과 귀신이 존재하는 ‘이세계’를 넘나드는 전개는 공포를 극대화한다. 동시에 ‘기리고’에 얽힌 비밀들이 하나씩 드러나며 몰입감을 높인다. 단순히 귀신이 ‘툭’ 튀어나오는 장면뿐만이 아니라 미스터리와 오컬트 세계관이 유기적으로 맞물린다.

무엇보다 작품은 공포 속에서도 10대들의 감정을 놓치지 않는다. 사랑과 우정, 질투와 집착, 자아 정체성 등에 대한 고민이 이야기 전반에 녹아 있다. 덕분에 비현실적인 설정 속에서도 이들의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신예 배우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세아 역의 전소영은 주인공으로서 단단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건우 역의 백선호와 하준 역의 현우석 역시 극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받쳐준다. 특히 이야기의 출발점이 되는 형욱 역의 이효제는 짧은 등장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강미나의 변신 역시 돋보인다. 나리 역의 강미나는 기존 아이돌 출신 배우 이미지에서 벗어나 불안과 열등감에 잠식된 10대의 심리를 날카롭게 표현해낸다. 감정이 폭주하는 순간마다 드러나는 표독스러운 얼굴이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노재원이 있다. 방울 역의 노재원은 현실과 저주 사이에서 자칫 붕 뜰 수 있는 이야기를 단단하게 붙잡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묘한 분위기를 풍기다가도 여자친구 햇살을 위하는 마음과 처남 하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인간적인 면모는 의외의 웃음을 만든다. 공포가 밀려올 때마다 유연하게 완급을 조절해주는 것 역시 노재원의 몫이다.

무엇보다 ‘기리고’는 공포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답게 잔혹한 장면과 음산한 분위기를 과감하게 담아내며 장르적 쾌감을 놓치지 않는다. 동시에 정통 호러와 한국적 오컬트를 결합한 세계관으로 기존 학원 호러와 차별화에 성공했다.

‘기리고’는 10대들의 불안과 욕망, 그리고 한국적 오컬트를 결합해 ‘K 하이틴 호러’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넷플릭스가 또 하나의 강렬한 장르물을 완성했다. sjay09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