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세계 영화인의 축제인 제79회 칸국제영화제가 화려한 막을 올렸다. 올해 칸은 한국 영화계에도 유독 의미 있는 해다. 박찬욱 감독이 한국 영화인 최초로 심사위원장을 맡은 가운데 나홍진 감독의 ‘호프’, 연상호 감독의 ‘군체’, 정주리 감독의 ‘도라’까지 다양한 한국 작품들이 칸을 찾는다.

제79회 칸국제영화제는 현지시각으로 12일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발에서 개막했다. 올해 개막작은 피에르 살바도리 감독의 ‘디 일렉트릭 키스’다.

전 세계 영화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올해 칸의 중심에는 단연 박찬욱 감독이 있다. 앞서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가 각각 황금카메라상 심사위원장과 심사위원을 맡은 적은 있지만 한국 영화인이 칸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박찬욱 감독은 개막식 레드카펫에 참석해 전 세계 영화인들과 함께 영화제의 시작을 알렸다. 특유의 품격 있는 블랙 수트 차림으로 등장한 박찬욱 감독은 현장 취재진과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오랜 시간 칸과 깊은 인연을 이어온 만큼 올해는 ‘심사위원장 박찬욱’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칸의 중심에 서게 됐다.

특히 올해 경쟁 부문에는 총 22편의 작품이 초청된 가운데 한국 영화로는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가 이름을 올렸다. 이는 지난 2022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 이후 약 4년 만에 한국 영화가 경쟁 부문에 진출한 사례다.

‘호프’는 개봉 전부터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등 국내외 배우들의 초호화 캐스팅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나홍진 감독 특유의 강렬한 세계관과 장르적 색채가 다시 한번 칸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경쟁 부문에는 세계적인 거장들의 신작도 대거 포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상자 속의 양’,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올 오브 어 서든’,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비터 크리스마스’ 등 쟁쟁한 작품들과 함께 ‘호프’가 황금종려상을 두고 경쟁하게 됐다.

한국 영화의 존재감은 경쟁 부문에만 그치지 않는다. 연상호 감독의 신작 ‘군체’는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됐다. 이에 연상호 감독을 비롯해 전지현, 구교환, 지창욱, 신현빈, 김신록 등이 현지 시간 15일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진행되는 월드 프리미어 상영회에 참석한다.

정주리 감독의 신작 ‘도라’ 역시 칸을 찾는다. 그룹 아이오아이 출신 배우 김도연과 일본 배우 안도 사쿠라가 주연을 맡은 ‘도라’는 비경쟁 부문인 감독주간에 공식 초청됐다. ‘도라’는 오는 17일 크루아제트 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신인 감독의 활약도 이어졌다.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재학생 최원정 감독의 3D 애니메이션 ‘새의 랩소디’는 학생 단편 경쟁 부문인 라 시네프에 진출했다. 라 시네프는 전 세계 영화학교 학생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경쟁 부문으로 미래 영화인을 발굴하는 장으로 꼽힌다.

이처럼 올해 칸국제영화제는 박찬욱 감독의 심사위원장 선정부터 ‘호프’ ‘군체’ ‘도라’ ‘새의 랩소디’까지 한국 영화의 다양한 얼굴들이 함께 자리하며 더욱 특별한 의미를 남기고 있다. 거장 감독부터 신예 감독까지 세대를 아우른 한국 영화인들이 세계 영화의 중심 칸에서 어떤 순간들을 만들어낼지 이목이 집중된다. sjay09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