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솔트레이크시티=김용일 기자] 베트남 축구의 신화를 쓴 뒤 3년 6개월여 공백을 보내다가 태국에서 새 도전을 앞둔 박항서(68) 감독이 부임 전 ‘월드컵 단장’으로 축구대표팀 ‘홍명보호’를 지원사격한다.
박 감독은 현지시간으로 29일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사전 캠프지인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입국,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박 감독의 매니지먼트사인 디제이매니지먼트는 지난 25일 ‘박 감독이 태국 2부 리그 칸차나부리 파워FC와 사령탑으로 2년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의 월드컵 지원단장을 맡아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대표팀 일정이 끝나는 7월 이후 칸차나부리에 합류한다. 수석 코치는 이정수 코치’라고 덧붙였다. 칸차나부리는 지난시즌 태국 1부리그에서 최하위에 그쳐 2026~2027시즌 2부 리그에서 활동한다. 박 감독에게 1부 재승격은 물론, 5년 내 태국 최상위권 구단 도약, 아시아클럽대항전 출전 등 비전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감독은 2017년 10월 베트남 대표팀을 맡아 아세안축구연맹 챔피언십 우승,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이상 2018년), 동남아시안게임 2회 연속 금메달, 베트남 역대 최초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진출 등 새 역사를 지휘했다. 2023년 1월 이별한 뒤에도 베트남 유소년 축구 발전에 애쓰며 인연을 유지했다. 마침내 태국에서 현장 지도자로 컴백한다. 그는 “그동안 베트남을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 제안이 있었지만, 태국행을 선택한 건 아무도 완전히 성공하지 못한 길이기 때문”이라며 “칸차나부리의 장기적인 비전과 진정성이 도전 정신을 깨웠다”고 말했다.

태국행을 앞두고 선수 파악 등 바쁜 시간을 보내야 하나, 박 감독은 ‘아끼는 후배’ 홍 감독이 지휘하는 대표팀과 올여름 먼저 호흡한다.
두 사람의 우정은 축구계에 잘 알려져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당시 박 감독은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는 수석코치로 활약했다. 당시 주장 완장을 찬 홍 감독을 비롯해 황선홍 등 주력 베테랑과 소통에 앞장서며 동력이 됐다. 월드컵 이후에도 각별했다. 박 감독은 지난 2018년 12월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고 아시안컵 준비로 바쁜 상황에도 홍 감독이 연말에 추진한 자선축구대회 참석을 위해 경기 당일 한국-베트남을 왕복했다. 당시 베트남축구협회에 “꼭 다녀와야한다”고 허락을 받은 뒤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등 정성을 쏟았다.
또 홍 감독이 울산HD를 통해 현장 지도자로 컴백해 2021년 겨울 경남 통영에서 전지훈련을 시행할 때도 깜짝 방문해 격려한 적이 있다. 당시 고향 경남 산청에서 쉬고 있던 박 감독은 통영에 홍 감독이 선수단을 이끌고 왔다는 소식을 접한 뒤 조용히 숙소를 방문했다. 자신이 주목받는 걸 원치 않아 취재진 앞에 서는 걸 정중하게 고사하고 선수단만 응원한 뒤 자리를 떠났다.

박 감독은 홍 감독이 선수 시절에 이어 지도자로도 승승장구하다가 2014 브라질 월드컵 때 처음 실패를 겪었을 때도 “홍명보는 우리 축구의 자산이다. 노하우를 다시 발휘할 기회가 왔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보란 듯이 홍 감독은 지난 2022~2023년 울산 사령탑으로 팀의 17년 만에 리그 우승과 2연패를 이끌며 재기, A대표팀 지휘봉까지 잡았다.
운명처럼 두 사람은 2002 한·일 월드컵 때 사제 인연에서 24년 만에 북중미 대회를 통해 단장·사령탑의 연으로 거듭났다. 박 감독은 지난 3월 홍명보호의 유럽 원정 평가전 2연전 때 단장직을 수행하며 지원 수장으로 시동을 걸었다. 당시 한국은 스리백 실험을 지속하다가 코트디부아르(0-4 패)에 크게 패한 뒤 오스트리아 원정(0-1 패)에서 오답노트를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박 감독은 현장에서 미디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대표팀의 지향점을 설명하는 등 단장으로 책임 있는 행동을 보였다. 또 팬의 비판을 받은 홍 감독을 비롯해 코치진에게 한턱을 내며 기운을 북돋았다.
박 감독은 힘이 닿는 한 홍 감독을 비롯해 한국 축구를 이끌어 온 후배가 소신 있게 뜻을 펼치는 데도 이바지하겠다는 마음이다. K리그 사령탑으로 활약하다가 공백기를 거친 뒤 베트남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자기 커리어도 후배의 본보기다. 불같은 성격만큼 뜨거운 의리를 자랑하는 그의 진심이 월드컵에서도 좋은 기운으로 이어져 홍명보호의 호성적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kyi0486@sportsseoul.com

